[스포츠Q 홍현석 기자] 네덜란드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3위로 이끌었던 루이스 판할(63)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으로서 공식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판할 감독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캐링턴 훈련장에서 사령탑 부임 후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졌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맨유는 지난 시즌 7위를 하며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이전에 맨유가 보여줬던 성적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명가 재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나는 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고 도전하는 것을 사랑한다. 맨유는 나에게 도전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맨유는 휴가지와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아약스 등 각 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에서 감독 생활을 했고 잉글랜드 최고 명문인 맨유를 맡아 지금 맨유에 쏟아지는 기대를 반드시 충족시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시즌 맨유는 7위로 프리미어리그가 생긴 1992-1993시즌 이후로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고 또 유로파리그에도 나가지 못해 리그에만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다.
판할 감독이 우승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많은 변화를 예고한 이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맨유의 미래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왜일까.
◆ 선수단의 대대적인 변화 예고
맨유는 지난 시즌 챔피언인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보다 승점 22나 뒤진 7위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된 후 최악의 성적이고 이 때문에 많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부진의 이유로 모예스 감독의 미숙한 팀 운영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경쟁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더 큰 원인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많다.
이런 가운데 영국 언론 미러는 17일 “맨유의 판할 감독은 적어도 4명의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현재 애슐리 영(29)을 주축으로 10명의 살생부를 만들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는 전직 감독이었던 모예스의 흔적을 지우고 판할의 맨유를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판할 감독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몇 주 동안 선수들의 상태를 지켜본 후 내 축구 철학과 맞지 않는다면 다른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확실히 맨유는 우승을 다투고 있는 맨시티나 첼시, 리버풀 등과 견줘봤을 때 우세한 포지션이 거의 없고 그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한 선수들이 태반이다.
미러가 전한 살생부에 포함된 선수 중 영은 지난 시즌 30경기에 출장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기대 밖의 플레이를 보여줬고 모예스 전임 감독의 애제자였던 마루안 펠라이니 역시 부상으로 29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일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25)는 29경기에서 3도움만 기록하며 현재 독일 복귀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리오 퍼디낸드(36·퀸즈파크레인저스)와 네마냐 비디치(33·인터밀란)가 이적하면서 생긴 중앙 수비에 대한 공백을 보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맨유는 현재 칠레를 브라질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아르투로 비달(27·유벤투스)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고 중앙 수비에는 독일의 4번째 월드컵 우승에 기여한 마츠 후멜스(27·도르트문트)도 이적 리스트에 올려놨다.
◆ 변화와 계승의 적절한 조화
지난 시즌 맨유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알렉스 퍼거슨(67) 전 감독의 색깔을 모예스 감독이 너무 빨리 지우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모예스 감독은 취임과 함께 2001년부터 퍼거슨 감독을 보좌했던 르네 뮬렌스틴(50) 코치를 내치면서 에버튼 시절부터 함께 했던 스티브 라우드(44), 필립 네빌(37) 등을 코치로 영입했다.
그리고 퍼기슨과 함께 맨유 운영의 핵심이었던 데이비드 길 사장의 후임으로 온 에드 우드워드 사장은 축구보다는 금융 전문가에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적응 때문에 모예스 감독을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너무 변화에만 집중했던 맨유는 그들이 이전에 갖고 있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간의 소통 창구가 사라졌고 이 때문에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선수들의 불만들이 언론을 통해서 자주 비쳐졌다. 로빈 판페르시(31)가 모예스 감독의 훈련 방식에 불만을 표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판할 감독은 전임자가 저지른 실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맨유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팬들과 동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폴 스콜스(40)와 니키 버트(39)를 코치로 임명했다. 지난 시즌 막판 감독 대행을 맡았던 라이언 긱스(41)는 이미 수석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판할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맨유를 전성기로 이끌었던 퍼거슨 감독이 내게 전화를 해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이어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며 “퍼거슨 감독은 항상 강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고 그것이 많은 우승을 만들었다. 나도 그와 같은 승리할 수 있는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퍼거슨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 카리스마 있는 감독의 복귀
모에스 감독은 분명 능력은 있었지만 확실히 카리스마는 부족한 감독이었다. 그 결과 많은 선수들은 그에게 불만을 표시했고 이는 선수단 분위기 침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판할 감독이 맨유 감독이 되면서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판할 감독은 네덜란드 아약스를 필두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의 명문 클럽에서 모두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1995년에는 아약스를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만의 강한 철학과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현재 맨유에 필요한 것이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는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많은 경험과 카리스마를 보고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페인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맨유로 이적한 안드레 에레라는 입단 후 기자회견에서 “맨유에서 뛸 수 있게 돼 좋다. 그리고 판할 감독과 함께 하게 돼서 기쁘다”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 다소 약한 이름값을 갖고 있었던 모예스 감독 때문에 이적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카리스마스와 경험을 갖고 있는 판할 감독 덕에 지난 시즌 겪었던 어려움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판할 감독은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서 “4위가 아닌 우승을 할 것이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도 분명 지난 시즌 많은 패배로 자신감이 하락됐던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좋은 시도로 보인다.
판할 감독은 캐링턴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한 뒤 프리 시즌 미국 투어에 나선다. 판할 감독은 25일 메이저리그사커의 LA 갤럭시와 친선 경기를 가진 뒤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로마와 인터밀란,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다음달 초까지 친선경기를 통해 자신의 색깔로 팀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맨유는 다음달 16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스완지시티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10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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