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사실상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한국을 5-0으로 완파한 네덜란드가 대만과 이스라엘에 지고 한국이 대만을 이겨 1승 2패로 동률을 이뤄 조 2위를 차지하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메이저리거가 포진한 네덜란드가 2연패를 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는 없다.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대만과 이스라엘 모두 네덜란드보다 한 수 아래다.
한국이 2013년에 이어 이번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하게 됐지만 대만과 마지막 경기는 더없이 중요하다. 1라운드에서 조 최하위를 기록하게 된다면 한국 야구가 맞이할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야구대표팀이 이스라엘에 졸전 끝에 연장전에서 진 뒤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무득점에 그쳤다. 19이닝 동안 단 1점을 뽑는데 그치면서 KBO리그의 타자들이 얼마나 과대평가되어 있는지만 보여주고 말았다.
타이중 참사에 이어 고척 수모까지 겪게 된 야구대표팀이지만 오는 9일 오후 6시 30분 대만전은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하는 것도 수모지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4년 뒤인 2021년 WBC에서는 본선 직행이 아닌 예선전부터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는 WBC 1, 2회 대회에서 4강과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프리미어 12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 야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성과였다. 그러나 그 성과에 너무 취한 나머지 정신력이 해이해졌다. 한국 선수들에게 '헝그리 정신', 즉 승리에 배고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아직 소속팀에도 합류하지 못한채 취업비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한국에서 대기하고 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합류하지 못한 것은 소속팀과 개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강정호의 공백은 타격이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긴급 수혈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원정 도박으로 제대로 징계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시켰다는 논란과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 야구가 2라운드 진출 이상을 해냈어야 했지만 이도저도 아닌 상황만 맞이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조 최하위로 떨어진다면 2021년 WBC를 예선부터 치러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3년 WBC에서 한국에 밀려 조 최하위였던 호주와 멕시코도 이번 대회에서 예선전을 치르고 본선에 합류했다. 예선전은 WBC가 열리기 1년 전에 벌어지기 때문에 2020년부터 피말리는 접전을 벌여야 한다. 몸을 만들어야 하는 2, 3월에 2년 연속 WBC 일정을 치러야 한다. KBO리그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예선을 100% 통과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한국 야구의 실력이라면 예선 라운드 통과는 무난해보이지만 자칫 해이한 정신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가는 지금처럼 큰코를 다칠 수도 있다. 자칫 예선라운드에서 무섭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호주 또는 중국을 만날 수도 있다.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간다.
이를 위해서는 네덜란드와 대만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대만전 승리를 절대 필요하다. 대만에도 어이없이 지게 된다면 한국 야구를 어렵게 만든 책임은 온전히 2017년 WBC 대표팀 선수들의 몫이다. 이번 WBC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은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선배만 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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