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강두원 기자] ‘모예스는 또 다시 실수를 범했다’, ‘10년 동안 우승에 근접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7일(한국시간)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숙적’ 리버풀에 0-3 완패를 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그야말로 맹폭을 당하고 있다.
맨유가 무득점에 3골차 패배를 당하는 경기를 보기란 쉽지 않지만 서로 간의 이적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는 ‘라이벌 오브 라이벌(Rival of Rival)’ 리버풀에 시즌 더블(한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것)을 허용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굴욕이라고 할 수 있다.
웨인 루니는 경기 후 ‘MU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날이다.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라며 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맨유의 데이비드 모예스(51) 감독은 “리버풀이 우리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오늘 경기는 잊고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애써 팬들을 달래려 했지만 비난의 화살이 등판에 수없이 꽂히고 있는 실정이다.
◆ '맨유의 21번째 우승? 지금은 불가능해'
영국 BBC스포츠 ‘매치 오브 더 데이’에 패널로 참여하고 있는 전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 대니 밀스는 리버풀에 패한 맨유를 향해 “향후 10년 간 우승 재탈환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적어도 3~4년 동안은 전체적인 리빌딩을 진행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모예스 감독을 향해 “그는 리그 우승 경력도 없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도 없다”며 혹평하면서도 “그가 맨유를 다시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선 4위 혹은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BBC에서 축구전문가로 활동 중인 케빈 킬베인은 “클럽의 미래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모예스 감독에게 시간이 주어져야 할 것 같다. 맨유는 모예스 감독이 맨유 감독 자리를 원했기 때문에 계약했지만 그에게 적응할 시간을 분명 주어야 할 것”이라며 모예스 감독을 두둔했다.
그러나 에버튼 유스팀 코치인 케빈 쉬디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펠라이니를 향해 계속적으로 공을 올려주는 모예스 감독의 전술은 참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며 조롱했다.
◆ 삐걱거림이 그치지 않는 맨유의 전술
이렇듯 지구 내핵까지 추락할 것처럼 보이는 맨유를 위한 해결책은 '전술의 개혁' 뿐이다. 맨유가 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7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장도 있으며 선수 구성이 심각하게 나쁜 것도 아니다. 결국 전술의 적절한 개혁만이 맨유를 정상적인 위치에 돌려놓을 수 있다.
은퇴 후 전술전문가로 활약 중인 로비 새비지는 18일 칼럼을 통해 맨유 전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맨유는 지난 리버풀전에서 공격, 미드필더, 수비 중 단 한 군데도 지배하지 못하며 철저히 농락당했다”며 첫 문장부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수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리버풀은 지난 경기 맨유를 상대로 루이스 수아레즈와 다니엘 스터리지를 투톱으로 배치하고 그 밑에 라힘 스털링, 조던 헨더슨, 조 앨런, 스티븐 제라드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세워 맨유를 공략했다.
리버풀은 다이아몬드 안에 맨유 미드필더를 가둬놓고 압박하며 점유율을 높여갔고 공격시에는 수아레즈-스터리지-스털링이 맨유 포백의 뒷공간을 수시로 드나들며 혼을 빼놓았다.
새비지는 맨유 수비에 가장 큰 문제는 크리스 스몰링의 부상과 네마냐 비디치의 부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스몰링만이 맨유의 센터백 중 스피드가 좋은 리버풀의 공격수를 잡아낼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비디치는 더 이상 스피드를 기대할 수가 없다”며 수비진의 개선을 촉구했다.
전방에 배치된 4명의 공격수, 웨인 루니-로빈 반 페르시-후안 마타-아드난 야누자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들 4명은 리버풀 수비진을 공략하는데 전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루니와 투톱으로 나선 반 페르시는 리버풀 진영에서의 볼 터치가 11번에 불과하며 피치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타 역시 맨유로 오기 전부터 지적받았던 측면 윙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새비지 역시 이를 지적했다. 그는 “마타는 10번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첼시에서도 10번 역할을 맡았어야 했으나 오스카에게 밀리며 맨유로 이적했다. 그런데 맨유에서 또 다시 측면 윙어로 나섰다. 이는 마타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의 기량을 전부 끌어내는 배치가 될 수 없다”며 선수 기용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투톱으로 나선 루니와 반 페르시와의 호흡도 좋지 못했다. 두 공격수간의 패스는 전반전에 4번, 후반전에는 5번에 불과했다. 그 둘이 만들어낸 찬스는 고작 한 번에 그쳤다.
◆ 독이 든 성배인지 구분할 시간조차 없다
모예스 감독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는 전 소속팀인 에버튼에서 원톱을 배치시키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맨유에는 원톱 자리에 세울 선수로 루니와 반 페르시가 있다. 자리는 하나인데 두명 중 한명을 벤치에 앉혀둘 수 없다. 루니와 반 페르시는 맨유 내에서 연봉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따라서 루니와 반 페르시 투톱을 세우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야 한다.
새비지 역시 4-4-2 포메이션이 맨유의 유일한 답이라고 보았다. 그는 “맨유는 리버풀처럼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야 한다. 앞쪽 꼭지점 자리에는 당연히 마타가 서야 한다. 그 자리에서 마타만큼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드물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양 측면에는 야누자이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배치해야 한다. 발렌시아의 직선적인 움직임은 전방 투톱의 공격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캐릭은 리버풀의 제라드처럼 미드필더 깊숙이 내려가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면 그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전술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야 하고 적응기간도 필요하다. 특히 루니와 반 페르시는 올 시즌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경우가 드물다. 리버풀전에서 보여준 부실한 호흡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새비지 역시 “모예스 감독이 루니와 반 페르시를 지속적으로 기용하고자 한다면 그가 고집해온 전술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이는 독이 될 수 있다. 몇 년간 이어온 전술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자칫 팀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경계했다.
맨유는 이번 시즌 모예스 감독을 불러들임과 동시에 거액을 들여 펠라이니와 마타를 영입했다. 그 어느 시즌보다 지출이 많았던 맨유는 투자한 만큼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벼랑 끝 전술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암운이 드리워진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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