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인간이 본디 욕심덩어리인데, 그 모든 바람이 다 수포로 돌아갈 때,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 때,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거다."
지난해 2월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일보 ‘[삶도 인터뷰] 4선 실패후 삶 접으려던 정두언 “마지막 꿈은 카운슬러”’라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권 최고의 개국공신이었으나, 권력 핵심에서 멀어진 뒤 음해로 실형까지 살았던 파란만장한 이력의 정두언 전 의원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인용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15일 오후 자택 인근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두언 전 의원 부인은 이날 남편이 남긴 유서를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두언 전 의원 유서는 종이 한 장에 자필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두언 유서 내용은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 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달라’는 내용과 함께 지난해 재혼한 아내에게 ‘여보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총선 낙선 이후 재혼 소식과 함께 퓨전 일식집 개업을 알리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듯 보였던 정두언 전 의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과거 행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선 실패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혀 충격을 던져 준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정두언 전 의원은 왜 극단적인 행동을 했냐는 질문에 "사실 (2016년 총선) 낙선 자체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었잖나. 친박의 행태와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으니 (보수당이) 잘 될 리 없었다. 문제는 낙선 뒤였다. 고통에서 피하려면 죽는 수밖에 없으니 자살을 택한 거야. 14층 건물에 불이 나서 불길에 갇힌 사람이 뛰어 내리는 거나 비슷하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해 구윤승 씨와 재혼하며 올해 초 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아내와 함께 '퓨전 일식집'을 개업하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은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돌려 "그동안 방송일에 매여 안부 인사도 소홀해 죄송하다"며 "이번에 조그마한 자영업(퓨전 일식)을 시작한다"고 알리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내 구윤승 씨는 지난 2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사람. 돌려 말할 줄도 모르고 거짓말도 잘 못 한다. 따뜻한 정이 항상 느껴지는 그런 분이다. 남편이 너무 솔직한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러다 보니깐 방송에서도 제가 조마조마할 때도 있고 저한테도 조금 돌려 말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여보, 나밖에 없지? 사랑합니다. 파이팅."
남편에 대한 아내의 믿음과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고비를 넘긴 후 심리 상담을 배웠다며 "카운슬러가 되어 여생을 보내고 싶다"던 올해 나이 62세의 정두언 전 의원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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