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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 참사-리버풀 대패, '어메이징' EPL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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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 참사-리버풀 대패, '어메이징' EPL 순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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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간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5일(한국시간) 기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2경기가 열렸는데 도합 16골이나 쏟아졌다. 더 놀라운 건 EPL을 대표하는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이 모두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맨유는 안방 올드 트래포드에서 토트넘 홋스퍼에 무려 1-6으로 완패했다. 같은 날 리버풀은 아스톤 빌라 원정에서 2-7로 무너졌다. 맨유와 리버풀이 같은 날 6골 이상 허용한 건 EPL 역사상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비겼고, 레스터 시티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처참히 패배하는 등 2020~2021 EPL 순위표는 초반부터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맨유는 토트넘에 무려 1-6으로 졌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일정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늦게 종료된 탓에 새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맨유는 3경기 동안 2패(1승)나 당했다. 모두 멀티실점하며 불안한 출발을 신고했고, 현재 16위(승점 3)에 처져 있다.

맨유가 EPL 단일경기에서 6골이나 내준 건 지금껏 단 3번뿐이다. 1996년 사우샘프턴, 2011년 맨시티 그리고 이날 토트넘에게 대량실점했다. 

자연스레 비판이 쏟아진다. UEL 4강까지 오른 뒤 짧은 휴가를 보내느라 프리시즌 일정을 사실상 소화하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 역시 중앙 미드필더 도니 반 더 비크를 영입한 걸 제외하면 조용히 보냈다.

유럽 이적시장은 6일 마감된다. 현재 자유계약선수(FA) 베테랑 스트라이커 에딘손 카바니를 영입하기 직전이라고 전해지나 문제는 불안한 뒷문이다.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기량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고, 중앙 수비의 무게감은 물론 좌우 풀백의 공격력 역시 아쉽다. 재능 넘치는 2선 자원을 다수 보유했지만 포백을 보호할 수 있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 역시 우려를 낳는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2000년대 맨유 황금기를 이끈 주요 인사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패트릭 에브라는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이 경기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다. 이건 재앙”이라고 했다. 게리 네빌 역시 “해리 맥과이어와 에릭 바이가 경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빈둥거리고 있었다”는 말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에릭 라멜라와 공 다툼 과정에서 공을 뺏겨 동점골을 헌납한 수비진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정말 부끄럽다. 내 인생 최악의 날”이라며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모든 걸 바쳐 노력할 것이다. 좋은 팀을 상대로 너무 많은 실수를 하게 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보여준 경기였다”며 반성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솔샤르 감독의 경질과 새 사령탑 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맨유 팬들이 솔샤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을 새 지도자로 원한다”고 전했다.

디펜딩챔프 리버풀은 지난 시즌 17위로 가까스로 잔류한 아스톤 빌라에 2-7 대패를 당했다. [사진=AP/연합뉴스]

리버풀 역시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4라운드(16강)에서 아스날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데 이어 리그에서 빌라에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공격수 사디오 마네와 어깨를 다친 골키퍼 알리송 베커 등 일부 주축이 빠졌다고는 하나 지난 시즌 디펜딩챔프가 17위로 겨우 강등을 면한 빌라에 7골이나 내줄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터다.

리버풀이 한 경기에서 7실점한 건 1963년 토트넘전 2-7 패배 이후 57년 만이다. 또 잉글랜드 1부리그 전 시즌 우승팀이 한 경기에서 7골이나 얻어맞은 것 역시 1953년 아스날이 선더랜드전에서 기록한 이래 67년 만이다.

이날 3골 1도움을 기록한 올리 왓킨스(빌라)는 리버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10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0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당시 맨유) 이후 10년 만에 명단이 갱신됐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반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AFP/연합뉴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누가 2-7로 지고 싶겠나”라면서 “몇 년 전 ‘우리는 역사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 역사를 썼다. 다만 잘못된 방식”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리버풀 역시 2018년 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이듬해 UCL 우승, 지난해 EPL 우승 등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해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 중원 장악력이 떨어졌고 조엘 마팁이 장기 부상으로 빠지고, 데얀 로브렌이 이적한 상황에서 버질 반 다이크의 파트너 조 고메즈가 부진하고 있다. 설상가상 알리송의 부상 결장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A매치 주간 이후 만날 상대가 올 시즌 초호화 스쿼드를 구축한 데 힘입어 4연승을 달리며 순항 중인 에버튼이다. 머지사이드 더비 앞서 분위기 반등이 절실하다.

리버풀의 대항마로 꼽히는 맨시티도 레스터에 2-5로 패한 뒤 4일 승격팀 리즈와 1-1로 비겼다. 14위(1승 1무 1패·승점 4)에 처져 있다. 이번 이적시장 유럽 전체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며 활발하게 움직인 첼시도 3라운드에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WBA)과 3-3으로 비기는 등 7위(2승 1무 1패·승점 7)에 머물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소위 ‘빅6’가 주춤한 새 에버튼(4승·승점 12)과 빌라(3승·승점 9)가 무패로 1, 2위에 자리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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