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유럽에서 한국 여자핸드볼 자존심을 세운 류은희(30)가 국내로 복귀한다. 여러모로 여자배구 김연경(32·인천 흥국생명)을 연상시키는 행보다.
대한핸드볼협회는 9일 “프랑스 1부리그 파리92에서 활약한 류은희가 계약을 마무리 짓고 지난달 29일 국내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한국선수로는 8년 만에 유럽 진출에 성공했던 류은희가 2020~2021시즌을 통해 SK핸드볼코리아리그에 돌아온다.
당초 계약기간은 1+1년이었다. 류은희는 프랑스 진출 첫 시즌 1월 주간 베스트7, 2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무난히 2021년 6월까지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지난 5월에는 국제핸드볼연맹(IHF) 공식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한국의 류,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류은희는 내년 도쿄 올림픽 준비 등을 위해 국내 무대 리턴을 결심했다.
해외 이적으로 부산시설공단 보류선수 신분이던 류은희는 원 소속팀 부산과 우선협상을 진행했고, 국내 최고수준에 1년 계약을 마쳤다.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는 대로 팀에 합류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2라운드부터 출전할 전망이다.
2020∼2021시즌은 오는 27일 개막한다. 부산은 비시즌 외국인선수를 2명으로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전력 보강에 나섰다. 류은희까지 품으면서 두 시즌만의 트로피 탈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류은희는 2018~2019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하며 부산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정규리그 134골 96어시스트로 공격포인트 1위(득점 3위, 도움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난 시즌 프랑스에서 17경기에 나서 71점(경기당 4.2골)을 기록하며 득점 15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4경기에서 17점을 생산했다. 소속팀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프랑스리그 3위에 안착했다.
류은희는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득점 2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을 결선으로 이끌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국제경쟁력을 과시, 한국 핸드볼 ‘여제’ 면모를 뽐낸 셈이다.
한국선수가 유럽리그에 진출한 건 2011년 오성옥(오스트리아) 이후 8년 만이었다.
키 181㎝의 왼손잡이 라이트백 류은희는 센터백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 베이징 대회부터 3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에선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선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도쿄 올림픽을 명예회복 무대로 삼고자 한다.
류은희는 지난해 출국하며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에서 많이 배우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류은희가 유럽 선진리그를 경험하는 건 대표팀 전력 차원에서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리우 때는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이후 세계선수권에서는 강팀들과 좋은 경기를 펼친 만큼 이번 올림픽도 잘 준비하면 국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활약을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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