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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몬스터' 류현진을 길러낸 '심리학 실천가' 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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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몬스터' 류현진을 길러낸 '심리학 실천가' 김인식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2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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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식 전 감독, "선수의 실력을 믿고 관심을 가져줘야 빛을 보게 만들 수 있다"

[300자 Tip] ‘믿음의 야구’, ‘국민 감독’ 이라는 칭호로 잘 알려진 김인식 전 한화 감독. 지금은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장과 기술위원장을 맡아 프로야구 발전과 야구 대표팀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41년 지도자 경력 동안 숱한 스타들을 배출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던 그는 ‘믿음’이라는 자기만의 확고한 야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두산 감독 시절 심정수, 김동주, 박명환 등을 길러냈고 한화에서는 메이저리그에 ‘코리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류현진을 발굴해 냈다. 류현진과 함께 광고도 찍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도 했던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야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스포츠Q 강두원 기자] 김인식 감독.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지만 한국 야구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장 중의 명장이다.

1995년(OB 베어스), 2001년(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을 비롯해 통산 803승(40무 829패)에 빛나는 경력을 지닌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라는 특유의 철학을 OB(두산의 전신)베어스 시절부터 팀에 주입했다. 1998년 당시 고려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었던 김동주를 팀타선의 중심인 4번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행보와 함께 그를 최고의 타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헤라클레스’ 심정수와 외국인선수로서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타이론 우즈를 묵묵히 기용해 김동주와 함께 ‘우동수 트리오’로 만들어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은 후임인 김경문 감독에 이어 지난 시즌 두산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까지 이어지며 두산이 마스코트(곰)처럼 ‘뚝심 있는 야구’로 진화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과 침착함을 무기로 14승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을 벌였다. 위기관리 능력은 물론, 타선의 지원 없이도 승리를 따낼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을 미국 전역에 각인시켜줬다. 류현진의 이런 대담한 면모는 한화 시절 스승인 김인식 감독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한화 이글스 감독을 끝으로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고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이자 기술위원장으로서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구성에 집중하고 있는 김인식 감독을 만나 그의 야구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김인식, 그가 가진 확고한 야구 철학은 ‘믿음’

▲ [스포츠Q 강두원 기자] 김인식 감독은 "감독이 피나는 노력을 거듭하는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관심을 가져줘야지만 그 선수들이 빛을 볼 수 있다"며 '믿음의 야구'를 강조했다.

- 불편한 곳(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짐)은 없으신지요.

▲ 다들 내가 아직도 아픈 줄 아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꾸준히 운동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5번?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 곧 프로야구가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국내팬들 중에는 감독님이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감독님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는 역시 ‘믿음’인 것 같습니다.

▲ 그 단어 정말 숱하게 들어왔습니다.(웃음) 하지만 선수를 믿어주고 신뢰해 주는 거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선수들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경쟁은 선수들이 하는 거니까요. 지도자들이 노력하는 선수들을 더욱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감독님이 사령탑으로 계실 때 심정수 선수나 박명환 선수가 굉장히 발전된 모습을 보였었는데요. 처음부터 좋은 선수들이었나요.

▲ 아니요. 심정수는 노력형 선수입니다. 정말 노력 많이 했죠. 차라리 김동주가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죠. 심정수는 94년 OB에 입단했는데 3루수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유심히 관찰해보니까 외야수로 전향시키면 더 훌륭한 선수로 자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시즌부터 외야수로 전향시키고 꾸준히 경기에 내보냈어요. 자신도 외야수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고 훈련도 절대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선수를 믿고 신뢰를 보내주니 가진 실력의 200%를 발휘한 게 아닌가 봐요.

박명환도 처음에는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제가 9번 선발로 내보냈는데 계속 실패했죠. 하지만 저는 이 선수가 팀에 꼭 필요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투입했고 결국 빛을 봤죠.

- 김동주 선수가 천부적인 재능만 가지고 성공했다고 볼 순 없겠죠.

▲ 그럼요. 당연합니다. 야구선수들은 누구나 다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야구를 포함한 어떤 스포츠든 재능만 가지고 성공하는 선수는 없죠. 노력하는 선수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고 가다듬어야 하죠. 지도자는 이런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조금이라도 더 경기에 투입시켜줘야 그 선수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 몬스터를 길러낸 '심리 상담의 달인' 김인식

- 김 감독님 하면 류현진 선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류현진 선수를 처음 본게 언젠가요.

▲ 제가 류현진을 처음 본 건 류현진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입니다. 청룡기 대회인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 안했어요. 저 말고도 류현진을 주목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죠. 그런데 제가 보니까 구위가 정말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는데 제 눈에는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선수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드래프트 때 류현진이 우리 차례까지 오면 바로 뽑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한화 유니폼을 입혔죠.

- 류현진 선수는 지난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해서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대담함을 보여줬습니다. 한화에서 류현진을 가르치실 때 따로 조언을 해주신 것이 있으셨나요.

▲ 류현진이 한화에 있을 때 승수도 많이 챙기고 삼진도 많이 잡고 했지만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2007년에 김광현은 SK에 입단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잖아요? SK는 워낙 팀 타선이 좋다 보니까 승수 챙기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화는 SK에 비해 솔직히 말하면 타선이 형편없었어요. 그래서 잘 던지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거나 패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 류현진 선수도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거 같습니다.

▲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죠. 자기는 최선을 다해서 무실점, 1실점으로 막았는데 패전하고 팀도 지곤 했으니까요. 그래도 전 류현진에게 ‘타선 지원에 대해 신경쓰지 마라.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해라. 너는 충분히 능력 있다’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자기 혼자서도 경기를 지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부담감만 지워준다면 대성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 김인식,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야구' 뿐

▲ [스포츠Q 강두원 기자] '믿음'이라는 확고한 야구철학을 가지고 41년 지도자 생활을 이어온 김인식 감독은 두산의 현재 팀 컬러인 '뚝심야구'를 만들어낸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 야구 인기가 날이 갈수록 발전하다보니 유소년 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 야구를 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열정은 좋지만 신체발육이 따라주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대신 학업을 병행하면 야구를 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생길 겁니다.

- 야구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를 말씀 하시는 건가요.

▲ 바로 그거죠. 야구 선수들이 평생 야구만 하면서 살 수 없고 은퇴 후에 야구관련 직업을 찾는 것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학업을 병행해 사회성을 길러놓으면 은퇴 후에도 자신의 진로를 찾는 것이 조금 쉬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중학교까지는 야구랑 학업을 같이 하고 고등학교 진학 이후 야구에 좀 더 소질을 보인다면 그때 야구에 집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 1군이 아닌 2군에 머무르는 선수들이 귀담아 들어야 될 조언인 듯 싶습니다. 

▲ 그렇게도 볼 수 있네요. 2군 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제가 감독 할 때 선수를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코치에게 통보하도록 시켰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여러가지 일이 생겼어요. 내려갈 선수를 직접 불러서 “내려가서도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면 다시 기회가 찾아올 거다. 자기 자신을 믿어라”고 한마디 해줬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지금 생각하면 그게 참 후회 되네요. 지금 현직에 있는 감독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 현재 KBO 규칙위원장에다 기술위원장도 맡고 계신데요. 올해 프로야구 전망과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상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전망하기가 참 어려워요. 외국인 선수들의 숫자도 늘고...9개 구단이 혼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에 대해서는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해야죠. (병역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는데) 미필선수를 감안하고 팀을 짠다면 금메달은 어림없죠.

[취재후기] 김인식 감독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머릿속에 맴돈 생각은 ‘정말 철학이 확고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모든 말에는 ‘끝까지 믿어주고 강단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지도자로서 이런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왔기에 심정수, 김동주를 비롯해 류현진까지 키워낸 것이 아닐까.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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