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월드컵에서 모두 득점왕을 차지한 해리 케인(28·토트넘 홋스퍼)이 유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잉글랜드 무실점 행보 속에 현존 최고 스트라이커로 통하는 그의 부진은 더 부각되고 있다.
잉글랜드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라힘 스털링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하며 D조 선두를 확정, 같은 날 스코틀랜드를 3-1로 격파한 2위 크로아티아(승점 4)와 함께 16강 대진표에 합류했다.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지만 2골 밖에 넣지 못하기도 했다. 3년 전 월드컵 4강 진출 기세를 이어 이번 대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는 잉글랜드다. 초호화 공격진을 자랑하지만 득점력은 초라하다. '주포' 케인은 3경기 모두 침묵을 지켰다. 1차전 승점 3을 안긴 스털링이 다시 한 번 팀에 승리를 선사한 덕에 힘겹게 조 1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4-2-3-1 전형을 내세웠다. 스털링, 잭 그릴리쉬, 부카요 사카가 2선에서 최전방의 케인을 보좌했다. 앞서 공격적인 4-3-3보다 안정적인 포메이션으로 전환했지만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은 57-43으로 앞섰지만 슛 개수는 5-7로 밀렸다.
케인은 이날도 유효슛 1개만 남긴 채 피치를 빠져나왔다. 조 1위 차지했음에도 그는 환히 웃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 총 5개의 슛을 시도했고, 유효슛은 단 1개에 그쳤다.
직전 시즌 EPL에서 23골 14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부문을 석권한 케인이 자존심을 제대로 구기고 있다. 그는 3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올랐지만 토너먼트 들어서 침묵했다. 16강전까지 4경기 동안 6골을 몰아친 이후 3경기 동안 득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16강전 골도 페널티킥으로 만들었으니 정작 토너먼트에선 필드골이 없었다. '반쪽짜리 득점왕'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케인은 최근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나선 12경기에서 2골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그 앞서 11경기 동안 13골을 만들어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 잉글랜드 대표팀 체제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도 하다.
케인을 최전방에 두고 윙어를 기용한다는 면에서 닮았지만 토트넘과 잉글랜드 대표팀 전술에는 차이가 있다. 토트넘에서 거의 모든 경기 선발로 나섰던 만큼 체력적으로도 지쳐있다. 상대의 집중 견제까지 겹치자 직접 기회를 잡기보다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토트넘을 지휘한 조세 무리뉴 AS로마 감독은 토크스포츠를 통해 "케인은 미드필더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에게 기회가 3번 주어지면 2번은 완벽한 득점 기회일 것"이라며 케인 능력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옹호했다.
한편으로 "잉글랜드에는 케인을 도와 역동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후방 자원이 필요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동료들의 움직임을 이용할 줄 안다"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이 케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손흥민처럼 케인이 공을 잡았을 때 공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동료들의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케인은 득점뿐만 아니라 기회 창출에도 능하다. 동료들의 움직임 속에 공간이 생기면 직접 기회를 잡기도 한다. 영국 축구전문 저널 포포투는 "잉글랜드에 손흥민 역할을 할 선수가 없다. 케인이 부진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미러, 골닷컴 등 현지 매체들 모두 손흥민을 언급한 이유다.
한편 케인은 현재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이적설 한 가운데 있기도 하다. 맨시티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1억 파운드(1574억 원)를 장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취가 불분명한 것 역시 케인을 심적으로 흔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는 "이적설 때문에 흔들리진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케인이 살아나야만 잉글랜드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당장 잉글랜드는 16강에서 F조 2위를 만난다. 죽음의 조에서 프랑스가 1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독일 또는 포르투갈이 2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안방 웸블리에서 경기하는 이점을 얻었다고는 하나 8강 진입을 장담할 수 없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