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고졸 루키 이의리(19‧KIA 타이거즈)의 어깨가 무겁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을 이을 좌완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가 중책을 맡았다.
이의리는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릴 도미니카공화국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에 선발로 등판한다. 플레이볼 시간은 오후 7시.
이의리는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지난해 개최됐다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 광주제일고등학교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됐고 데뷔 첫 해부터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막내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규정이닝(74이닝)에는 다소 모자라지만(71⅔이닝) 14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ERA) 3.89로 신인 치고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이번 최종 엔트리에 승선한 고영표(KT 위즈‧3.87), 김민우(한화 이글스‧3.89)와 방어율이 대등한 수준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보고 야구에 입문한 그에게 도미니카공화국전은 분명 부담이다. 도미니카는 개막전에서 9회초까지 개최국 일본을 3-1로 몰아붙였고(3-4 패), 2차전에선 멕시코를 1-0으로 제압하고 A조 2위에 오른 강호다.
앞서 선발로 나선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고영표가 각각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실점, 4⅔이닝 4피안타 4실점하면서 한국 마운드는 불펜을 일찍 가동해야 했다. 이의리가 보다 많은 이닝을 버텨줘야 하는 까닭이다.
관건은 장타 억제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홈플레이트부터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좌우 94m, 중앙 118m)가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온다. 이스라엘전 3피홈런, 미국전 2피홈런이 이를 증명한다. 파워가 좋은 도미니카를 맞아 이의리는 낮은 제구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아쉽게도 타선의 넉넉한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수(LG 트윈스‧9타수 1안타), 양의지(NC 다이노스‧6타수 1안타), 강백호(KT 위즈‧6타수 무안타), 오재일(삼성‧7타수 1안타) 등 김경문 감독이 중심타선에 기용한 자원들이 줄줄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생소한 투수들이 나와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국제대회인데 도미니카가 선발로 예고한 좌완 라울 발데스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의리보다 나이가 무려 25세나 많은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103경기며 2015~2017시즌엔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었다.
다만 생애 첫 올림픽 등판을 앞둔 이의리에게 김민우(1⅔이닝), 김진욱, 박세웅(이상 롯데 자이언츠‧이상 ⅔이닝)의 무실점 피칭은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셋도 이의리처럼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가 됐는데 전날 미국과의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동기인 김진욱의 씩씩한 피칭은 이의리에게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8년 베이징에선 스물하나 류현진과 스물 김광현이 마운드를 쌍끌이하며 9전 전승 드라마를 썼다. 거물급 좌완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야구에 이의리가 한 줄기 빛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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