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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야구] 6개국 중 4등, 들러리 한국이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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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야구] 6개국 중 4등, 들러리 한국이 잃은 것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1.08.0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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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6개국 중 4위.

13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돌아온 야구에서 디펜딩챔피언 한국은 들러리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는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졌다.

1회초 선발 김민우(한화 이글스)가 2홈런을 얻어맞을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KBO 최고 계투들인 고우석(LG 트윈스),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의 분전 속에 잠시 6-5로 전세를 역전시켰으나 믿었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8회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한국 더그아웃의 처참한 분위기. [사진=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야구는 일본, 미국에 이어 도미니카에까지 내리 3연패하면서 포디엄에 오르지 조차 못하는 대굴욕을 맛봤다. 조별리그와 녹아웃 스테이지, 동메달결정전까지 도합 전적이 고작 3승 4패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개최국 일본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기 위해 더블 일리미네이션(패자부활전) 대진표 방식을 도입한 덕에 한국은 결승에 오를 기회가 두 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일본, 미국을 상대로 뚜렷한 한계만 노출했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도미니카에마저 무릎을 꿇는 대참사를 저질렀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3승 중 2승도 신승이었다.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 콜드게임 승(11-1)을 제외하고는 시원한 경기가 없었다. 첫 경기에선 승부치기 끝에 양의지의 이른바 ‘뱃살 사구’로 이겼고(5-4), 도미니카와 2차전은 1-3으로 끌려가다 9회말에야 타선이 터져 겨우 웃었다(4-3).

양의지가 쐐기 홈런을 맞고 씁쓸해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상우, 김혜성(이상 키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강백호(KT 위즈), 이의리(KIA 타이거즈), 박세웅, 김진욱(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 아직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영건들은 병역면제 혜택을 누릴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리고 말았다. 1994년생으로 이들 7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상우는 필승조로 연투를 감행했으나 고개를 숙이게 됐다.

이의리, 고영표(KT 위즈)를 제외하고는 5이닝 이상을 버틴 선발이 없을 만큼 투수력이 심각했다. 이닝이터가 없으니 불펜에게 부담이 가중됐고 결국 메달 색깔이 좌우되는 중대한 경기에서 한국은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다. 김민우, 원태인, 최원준(두산 베어스) 등 KBO리그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치는 자원들의 국제경쟁력도 처참히 드러났다.

FA 장기계약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연봉으로 수령하는 타자들도 당분간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졌다. 양의지(NC 다이노스), 오재일(삼성), 황재균(KT) 등 국내 리그를 호령하는 야수들이 연신 헛스윙을 휘둘렀다. 전반기 타율 0.395를 기록,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강백호(KT)도 가장 중요한 일본, 미국전에서 침묵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현수(왼쪽)가 패배가 확정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한국 야구사 최고의 순간에 늘 있었던 김현수(LG)만 활약했을 뿐 베테랑들은 전혀 이름값을 못했다. 이승엽, 김동주 김태균(이상 은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 빅매치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던 거포가 그리운 도쿄올림픽이었다.

올림픽 노메달로 프로야구의 후반기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NC(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 한화(주현상 윤대경), 키움(한현희 안우진) 선수들의 원정숙소 방역수치 위반 파문으로 안 그래도 최악으로 치닫던 여론은 국가대표의 끔찍한 경기력으로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박민우, 한현희는 당초 최종엔트리에 들었던 멤버로 심각한 민폐를 끼쳤다.

이날 동메달결정전을 앞두고 일부 팬들이 야구 커뮤니티에서 “도미니카가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겠다”는 릴레이를 펼칠 정도였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개국 참가해서 3패를 했는데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 도대체 어떤 종목이 있느냐'고 항의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KBO리그 우승은 없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경력으로 자타공인 명장으로 인정받았던 김경문 감독도 경력에 치명적인 흠집이 생겼다. 대표팀 명단 선발 과정에서 정은원, 강재민(이상 한화), 최정(SSG 랜더스) 등 각자 위치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던 선수들을 제외해 논란을 낳았는데 동메달조차 수확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잃은 게 너무 많은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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