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리오넬 메시(34·파리 생제르맹)마저 떠났다. 2021~2022시즌을 막 시작한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우려에 가깝다.
하지만 외부에서 걱정하는 것과 달리 라리가 내부적으로는 자생력을 키워 또 다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라리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8일 라리가는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새 시즌 사무국이 추구하는 방향성, 새롭게 달라지는 점 등을 소개했다. 특히 메시라는 세계 최고 선수를 잃은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쳐 눈길을 끈다.
2020~2021시즌 라리가를 규정하는 콘셉트는 '#PLAYLaliga'다. 축구를 음악에 빗대 '라리가를 연주(재생)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시즌 라리가를 이루는 요소요소에 음악적 성분을 삽입해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서 기능을 강조할 예정이다.
현재는 구장별로 총 수용인원 40%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후 방역 당국과 협의를 거쳐 100%까지 관중을 들이는 걸 목표로 한다. 팬들이 모두 축구장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다시 라리가를 노래한다'는 개념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오락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됐다. 일반 경기 때는 흰색 공인구를 사용하지만 엘클라시코 등 더비나 우승, 유럽대항전 출전권, 강등이 걸린 주요경기 때는 '아드레날리나'라는 형광구로 경기를 진행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멀티뷰 카메라, 영화적 기법 활용 등 중계 기술은 몇 시즌 전부터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라리가를 넘어 전 세계를 통틀어도 최고의 선수였던 메시가 떠나 위기감이 감돌지만 지난 2018년 호날두가 이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라리가 자체의 가치를 키워 전화위복 삼겠다는 방침이다.
서상원 라리가 한국 주재원은 "호날두가 떠났을 때 라리가 중계권료는 오히려 상승했다. 주요 선수들이 언젠가 리그를 떠날 수도 있는 만큼 구단과 리그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안에서 선수들을 육성하는 전략을 세웠다"면서 "메시 이적이 분명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메시가 떠나도 리그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분명 바르셀로나 선수단 면면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라리가를 누빈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카림 벤제마, 다비드 알라바, 티보 쿠르투아가 버티고 있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친정팀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로 돌아가 루이스 수아레스와 호흡을 맞춘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멤피스 데파이, 프랭키 데 용(이상 바르셀로나), 미켈 오야르사발(레알 소세이다드), 파푸 고메스(세비야), 호아킨 산체스(레알 베티스) 등도 각 팀을 대표한다.
라리가 입장에선 젊은 선수들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는 레알 마드리드의 세대교체를 이끌 인물로 꼽힌다. 페드리는 이미 바르셀로나 중원의 핵으로 성장했다. 알렉산더 이삭(레알 소시에다드), 유누스 무사(발렌시아), 이강인, 쿠보 다케후사(이상 마요르카), 예레미 피노(비야레알), 쥘 쿤데(세비야)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주들이 각 팀 주축으로 자리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라리가는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사 CVC와 투자 협약을 맺었다. CVC로부터 27억 유로(3조6400억 원)를 지원받고 향후 50년간 수익 10%를 내주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유럽 유수 빅클럽들이 이른바 '유러피언슈퍼리그(ESL)'를 창설하겠다고 했을 때 투자사로 나선 미국 금융사 JP모건이 약속한 금액 46억 파운드(7조1200억 원) 절반가량 되는 큰 돈이다.
서상원 주재원은 "말 그대로 투자다. 대출도 아니고 담보도 없다. CVC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손실 수호자로 나선 게 아니라 라리가의 향후 50년 성장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각 구단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받는 만큼 자금 사용 용도가 제한된다. 투자액 70%는 의무적으로 시설과 연구개발(R&D) 등 성장 관련 분야에만 쓸 수 있다. 15%는 프로 선수단 연봉 및 이적자금으로 쓸 수 있고, 나머지 15%만 부채 상환에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중계권료 배분 비율을 조정해 리그 평준화를 도모한 라리가다. 1, 2부 42개 구단이 모두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기조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서 주재원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런 대형 투자를 이끌어낸 것 자체가 리그 성장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호날두가 나갔을 때 라리가 시스템이 무너졌나? 아니다. 이번에도 라리가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작 호날두가 합류한 이탈리아 세리에A 중계권료가 10% 하락했다. 반면 라리가는 같은 기간 성장했다. 리그는 언제나 선수보다 우월하다"고 힘줬다.
그는 "10년 안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간격을 좁히고자 한다. 리그가 강해져야 슈퍼리그 창설 같은 일도 막을 수 있다"는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라리가는 SNS 지표에선 지난 2019~2020시즌을 기점으로 EPL을 앞질렀다. 스타 유출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화 전략을 바탕으로 꾸준히 리그 자생력을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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