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복귀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호날두가 첫 경기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발칵뒤집어 놨다.
호날두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21~2022 EPL 홈경기에 선발 출전, 2골을 몰아치며 팀에 4-1 승리를 안겼다.
12년 만에 복귀한 30대 중반 스트라이커. 기량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호날두는 단 한 경기 만에 이런 의심 어린 시선을 날려버렸다.
슈퍼스타의 친정팀 복귀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수상 후 팀을 떠난 호날두는 이후 더 높이 날아올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선사했고 발롱도르 트로피를 4개 더 추가했다.
철저한 몸 관리로 커리어를 이어간 호날두는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해서도 세리에A에서 3시즌 동안 81골을 몰아치며 놀라운 기량을 뽐냈다.
다만 전성기 때와 비교하긴 힘들다는 데엔 이견을 달기 어려웠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화려한 드리블은 확연히 줄었고 득점력도 예전에 비해선 다소 평범(?)해졌다.
맨유 복귀에 다소 의구심을 가졌던 이들이 적지 않았던 이유다. 36세 공격수에 1290만 파운드(209억 원)를 쓰고 또 그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게 효율적일지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호날두 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 특히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적이 성사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유니폼 판매만으로 이적료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0일 기준 호날두 셔츠 판매로 맨유는 1350만 파운드(219억 원)를 벌었다. 유니폼 제작사, 공급사, 유통사 등과 분배한 뒤 남은 맨유의 순 수익금”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경기력. 기존 선수들보다 활약하지 못한다면 많은 몸값을 생각할 때 유니폼 판매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었다.
뚜껑을 열자 놀라울 정도였다. 뉴캐슬전에 12년 만에 빨간색 맨유 유니폼을 입고 피치에 나선 호날두는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반 추가시간 메이슨 그린우드의 슛을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잡지 못했고 ‘골냄새’를 맡은 호날두는 문전으로 침투해 공을 가볍게 밀어넣었다. 후반 17분엔 빠르게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더니 루크 쇼의 패스를 받아 지체 없이 왼발슛,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복귀하며 “역사를 만들고 싶다. 맨유를 도와 결과를 만들고 우승 트로피를 따내고 싶다”던 호날두는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을 했다.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은 맨유는 3승 1무(승점 10)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리버풀, 첼시와 승점, 득실차까지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선 선두.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호날두의 능력은 대단하다. 팀과 모든 이들을 흥분하게 했다. 완벽하다. 모두가 목격했다. 상대에게 위협적인 순간을 알고 침투한다”며 “그는 더욱 팀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환상적인 득점력을 가졌다. 좋은 경기를 했고 연계 플레이도 좋았다”고 입이 마를 만큼 칭찬을 쏟아냈다.
변함 없는 클래스를 보인 호날두에게 중요한 건 득점왕 등 개인 트로피보다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는 것이다. 솔샤르 또한 “호날두는 이제 36세다. 호날두의 출전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정의 경중에 따라 리그 혹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해 호날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의심 어린 시선도 많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건재하다는 걸 단 한 경기 만에 증명한 호날두. 리그에선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마지막이었던 2012~2013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선 호날두가 중심에 섰던 2007~2008시즌 이후 우승 트로피가 없는 맨유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면 호날두 영입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맨유 호날두의 본격적인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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