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양고은 객원기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의 은메달 획득 스토리를 다룬 영화다. 임순례 감독이 만들고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등이 주연으로 출연해 스포츠 영화는 흥행이 힘들다는 공식을 깼다. 비인기 종목을 다뤘는데도 관객 수가 400만을 넘을 만큼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둘, 은메달 셋, 동메달 하나를 딴 효자종목이다. 아시안게임에선 무려 7차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1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핸드볼이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선데는 SK그룹의 지원이 한 몫 했다. 대한핸드볼협회장이 최태원 SK그룹 총수다. 핸드볼코리아리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SK가 붙는다. SK는 남녀 구단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여자 핸드볼단 SK 슈가글라이더즈를, 2016년엔 남자 핸드볼단 SK 호크스를 각각 창단했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가 운영하는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에 참가하는 팀 중 유일한 기업구단인 SK 슈가글라이더즈를 찾았다. 2017년, 2020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정상에 오르면서 명문으로 발돋움한 SK의 사무국 최승욱 팀장을 만났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K 슈가글라이더즈 사무국 운영을 담당하는 최승욱 팀장입니다."
-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SK 슈가글라이더즈는 2011년 해체된 용인시청 선수들을 주축으로 2012년 고품질 윤활기유·윤활유 전문 제조업체인 SK루브리컨츠가 창단한 여자 핸드볼 실업팀입니다. 2021년 1월 경기도 광명시를 새롭게 연고지로 지정했습니다. 국내 핸드볼 최초 대학생 서포터즈, 유소년 클럽 주니어슈글즈, 재능기부 플랫폼인 '행복키움 핸드볼교실'을 론칭해 지역 스포츠 발전과 핸드볼 저변 활성화를 주도하는 구단입니다."
- 핸드볼단 사무국은 어떤 일을 하나요?
"선수들의 운동 및 대회 출전, 성적을 내는 일을 제외하고 구단 전반의 일을 한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단 사무국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구단 운영, 선수단 지원, 홍보·마케팅, 대외협력 등이 있습니다."
- 팀장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요?
"구단의 연간 운영계획 및 성과관리, 선수단 구성 및 보상, 운영 예산 수립 및 집행 등 기획, 재무, 인사관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단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연고지 협력 네트워크 발굴, 사회적가치 창출(SV), 언론사 관리 등 대외 협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을 보필하는 팀장들의 모든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가장 뿌듯했던 일이 궁금합니다.
"2013년 9월 SK핸드볼코리아리그 준플레이오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핸드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지도가 높은 종목이 아닙니다. 그 해 어느 여름날, SK 슈가글라이더즈를 창단하셨던 최관호 사장님(초대 구단주)께서 점심을 먹으면서 "최 과장, SK핸드볼경기장을 꽉 채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없겠나”라고 깜짝 제안을 하신 거예요.
제안하신 사장님이나, 핸드볼 업계 분들 모두 사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면 깊은 곳에서 ‘도전해볼까’ 하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그 때부터 SK핸드볼경기장 3000명 관람객 모집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비시즌을 활용해 초·중·고교 대상 핸드볼교실을 열어 재능기부에 나섰고,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에서 진행하는 스포츠관람바우처 행사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래도 3000명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죠. 다행히 제가 핸드볼 관람 초대를 한다는 소문을 퍼져 제 출신지인 인천핸드볼협회에서 선, 후배분들이 도와 주셨습니다. 당시 연고지인 경기도핸드볼협회에서도 관중 모집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비시즌 재능기부를 했던 초·중·고교 학생들이 핸드볼을 가르쳐 준 선수들을 응원하고자 정규수업이 끝나고 SK핸드볼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팀인 서울시청도 흥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줬습니다. 덕분에 핸드볼코리아리그 사상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이 운집했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일입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아쉬운 점이 있나요?
"핸드볼을 알릴 환경이 여의치 않은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연고지인 광명시에서 시민들을 초대해 경기를 치르고 싶지만, 코로나 상황을 감안할 때 무관중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희 구단은 현재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고자 유튜브 채널과 SN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광명시의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 핸드볼단에 입사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1987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2008년까지 21년간 엘리트 핸드볼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핸드볼팀에 입사해 시즌에는 핸드볼 선수로, 비시즌에는 주류 영업 마케팅 도·소매 담당으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2000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잠시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2년 후 재기에 성공해 2003년 올해의 핸드볼선수상, 핸드볼큰잔치 MVP, 동아시아클럽컵 MVP,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 등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2008년 은퇴 후 두산엔진(현 HSD엔진)에 입사해 수·출입 통관업무, 구매 업무 등을 하며 4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두 번째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2012년 SK루브리컨츠에서 핸드볼팀을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운 좋게 1차 서류 전형 통과 후 2차 면접에서 초대 SK슈가글라이더즈 단장을 역임하셨던 윤활유 마케팅 전문가 윤병원 단장님께서 저를 발탁해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엘리트 선수 출신의 은퇴 이후 삶,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많은 선수들이 은퇴 이후 삶을 크게 고민할 것입니다. 우선, 현재 처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은 결국 노력이 수반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생각하세요. 그리고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작더라도 목표를 먼저 수립하세요. 그러면 결국 사람은 목표를 위해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목표를 정하면 행동이 수반되고, 행동은 체득돼 반복학습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내 실력의 밑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팁은 책을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수천 명의 인생을 볼 수 있고, 지혜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부터 수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책 읽기에 몰두합니다. 책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내가 어떤 방향과 목적을 설정해야 하는지,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관한 영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 기업이 운영하는 실업팀은 다른 팀들과 차별점이 있나요?
"국내 핸드볼구단의 경우 시청 또는 공사 산하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성과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기업팀의 경우 핸드볼 활성화와 종목의 경기력 향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 강한 것이 차이점입니다."
-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의 경우 채용 과정이 궁급합니다.
"사무국 직원 또는 인턴 채용의 경우 해당 직무 공석일 경우 모회사인 SK루브리컨츠 인력팀에서 직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서류 전형, 필기 시험, 면접, 인적성검사 총 4단계 과정을 거쳐 선발합니다.
채용 과정 팁을 드리자면 면접을 볼 때 내가 했던 경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 경험을 구단에서 어떻게 적용시킬지 말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행에는 항상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되, 겸손함을 함께 갖춘다면 좋겠습니다."
- 슈가글라이더즈 대학생 서포터즈 '슈고' 4기를 뽑는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지원자들에게 팁이 있을까요?
"대학생이라면 젊은 패기와 적극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슈고'는 스포츠구단의 실무를 해보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활동입니다. 다른 대외활동보다 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구단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실무자의 적극적인 멘토링, 이론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니 대학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 핸드볼이 인기 스포츠로 도약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또한 연고지인 광명시에 핸드볼 붐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요즘 시대의 화두인 ESG 경영에 입각해 광명시에서 핸드볼팀을 활용한 환경 보호활동,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 광명시민에게 사랑받는 SK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후배들에게 더 나은 핸드볼 시장 환경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선수들이 SK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핸드볼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원하는 것, 행복하게 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 구단 입사를 꿈꾸는 취준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구단에서 업무를 하기 위한 두 가지 역량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 소통입니다. 구단 운영을 위해 협회 혹은 연맹, 타 구단, 본사 또는 후원사, 선수단, 협력 파트너 등 소통해야 할 창구가 정말 많습니다. 중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정말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 업무 능력입니다. 기본적인 OA 역량(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과 함께 영어, 마케팅, 재무, 회계, 해당 종목 이해도 등 본인이 입사를 목표에 둔 기업 또는 구단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해야 합니다. 아울러 스포츠구단인 만큼 적극성과 현장에서의 경험도 중요하니 대외활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자신이 처해진 환경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취준생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