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후 첫 경기 골은 복선이었던 걸까.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혹평을 받았다.
손흥민은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튼과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85분간 뛰고 교체됐다.
단 하나의 슛도 날리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고 돌아오는 건 야유와 혹평 뿐이었다. 손흥민은 왜 이토록 부진했던 것일까.
지난 5일 콘테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으로 치러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비테세(네덜란드)전. 손흥민은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조세 무리뉴, 누누 산투 감독에 이어 콘테 체제에서도 첫 경기 골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황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눈에 띄는 특별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영국 풋볼런던으로부터 팀 내 최저인 평점 5를 받았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콘테 감독은 3-4-3 전형을 들고나왔다. 최전방에 해리 케인을 배치하고 2선 공격수로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세웠다.
길게 평가할 게 없는 경기력이었다. 손흥민은 수 차례 공을 잃었고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슛을 시도하지조차 못했다.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나름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이날 토트넘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공격진의 움직임은 대부분 무거워보였다. 케인이 2개, 모우라가 1개 슛을 날렸지만 모두 골대와 거리가 있었다. 케인과 모우라도 손흥민과 같은 최저평점을 받았다.
부진의 한 가지 원인으로 부족한 휴식을 꼽을 수 있다. 토트넘은 사흘 전인 지난 5일 비테세전을 치렀는데 콘테 감독은 당시 스타팅 라인업을 똑같이 들고 나왔다. 이틀 휴식 후 치른 경기의 결과가 좋지 않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 하나는 전술 변화다. 토트넘엔 콘테 감독 부임과 함께 스리백 시스템이 도입됐다. 포백을 쓰는 것과 스리백을 쓰는 건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수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미드필더, 공격수 배치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역할도 변화하게 된다.
비테세전 3골을 넣었지만 상대는 네덜란드 리그에서도 중상위권에 머무는 팀이다. EPL에서와 같은 선상에 두고 평가하긴 어렵다.
심리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손흥민에게 에버튼, 구디슨파크는 악몽과 같은 기억이다. 지난 2019년 11월 에버튼 원정에 나섰던 손흥민은 상대 안드레 고메스에게 거친 태클을 했다. 의도성은 없었으나 고메스는 크게 다쳤고 손흥민도 눈물을 보였다. 레드카드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상대를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는 괴로움이 더욱 컸다.
고메스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손흥민은 한동안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손흥민에겐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구디슨파크를 다시 찾은 손흥민. 고메스는 손흥민을 이해해줬으나 에버튼 팬들은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다른 선수들과 달리 손흥민이 공만 잡으면 야유가 쏟아졌다. 어찌보면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팬들의 야유에 손흥민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펼치길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처럼 느껴졌다.
A매치 브레이크를 앞두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건 아쉽다. 토트넘은 5승 1무 5패(승점 16)로 9위에 머물렀다. 다음 경기는 오는 22일 리즈 유나이티드와 홈경기.
최악은 아니다. 2주 가량 휴식기는 토트넘과 콘테 감독에 약이 될 수 있다. 보다 팀을 면밀히 분석하고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기에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손흥민은 A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할 예정이지만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는 선수들 위주로 새로운 전술 적응기를 가질 전망. 팀이 어느정도 새 전술에 익숙해진 상태라면 뒤늦게 합류하는 손흥민 입장에서도 적응하기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손흥민 입장에선 당장 부진했던 경기는 잊고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대표팀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한다면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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