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대회를 앞두고 부상 악령이 몰아친 디펜딩 챔프 프랑스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특히 작아진 전방의 무게감이 큰 고민이었다.
기우였다.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난 자리는 베테랑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36·AC밀란)가 메웠다. 프랑스는 2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멀티골을 작렬한 지루의 활약에 힘입어 4-1 역전승을 거뒀다.
역시 우승 후보였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릴레이 골을 터뜨리며 2연패를 향한 가벼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4년 전 완벽한 신구조화로 정상에 선 레블뢰 군단.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월드컵 개막 전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폴 포그바(유벤투스)와 은골로 캉테(첼시), 프레스넬 킴펨베(파리생제르맹)에 2선 공격수 크리스토퍼 은쿤쿠(라이프치히), 심지어 발롱도르 수상자 벤제마까지 이탈했다.
‘우승팀 징크스’도 불길함을 키웠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 팀이 2연패를 달성한 건 두 차례에 불과하고 다음 대회에서 예상 외로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1998년 자국에서 우승한 뒤 4년 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이 징크스의 원조격이었던 게 프랑스였기에 더욱 그랬다. 최근 A매치 6경기에서도 1승 2무 3패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피파 랭킹 4위 프랑스에게 38위 호주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전반 9분 만에 매튜 레키(멜버른 시티)에게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허용했고 크레이그 굿윈(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게 선제골을 헌납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왼쪽 풀백 루카스 에르난데스(바이에른 뮌헨)가 오른 무릎을 다쳐 13분 만에 교체카드를 한 장 사용해야 했다.
형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대신해 투입된 동생 테오 에르난데스(AC밀란)는 불안감을 완벽히 지워냈다. 전반 27분 아드리앙 라비오(유벤투스)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배달했다. 경기는 1-1 동점. 5분 뒤엔 라비오가 조력자로 변신했다. 라비오의 컷백 패스를 지루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후반 23분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가 뎀벨레의 크로스를 문전 헤더, 골로 연결했고 3분 뒤엔 지루가 음바페의 크로스를 머리로 꽂아넣으며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호주전 출전으로 프랑스 대표팀 역사상 월드컵에 출전한 최고령 선수로 이름을 올린 지루(36세 53일)는 나아가 멀티골을 작렬하며 티에리 앙리(은퇴·51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골만 더 추가하면 프랑스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주인공에 등극한다.
4년 전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고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하나로 성장한 음바페, 이날 놀라운 기량을 뽐낸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있지만 벤제마의 이탈로 전방에서 마무리를 해줄 정통 공격수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던 프랑스였다. 그렇기에 이날 지루의 활약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이탈리아(1934년·1938년), 브라질(1958년·1962년)에 이어 3번째 월드컵 2연패를 향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앞서 열린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파랭킹 10위 덴마크와 30위 튀니지의 경기는 0-0으로 끝이 났다. 지난해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심장 제세동기를 달고 뛰고 있는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경기. 에릭센의 강력한 슛이 나왔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결국 경기는 득점 없이 마무리됐다. 튀니지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에릭센의 크로스를 연결한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바르셀로나)의 헤더는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이로써 프랑스는 첫 경기부터 기분 좋은 조 선두에 올라섰다. 덴마크와 튀니지가 나란히 공동 2위, 호주는 4위로 주저 앉았다.
C조 경기에선 이변이 펼쳐졌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피파랭킹 3위 아르헨티나가 5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1-2 패배를 당한 것.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는 번번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오프사이드를 10개나 범하며 사우디의 전략에 완벽히 말려들어 이번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후 열린 또 다른 C조 경기에선 피파랭킹 26위 폴란드가 페널티킥 기회를 잡아내고도 성공시키지 못하며 13위 멕시코와 득점 없이 비겼다. 대회 득점왕 후보 중 하나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의 슛이 기예르모 오초아(클럽 아메리카)에게 완벽히 읽혔다.
C조에선 사우디가 1위로 올라섰고 덴마크와 멕시코가 공동 2위, 아르헨티나가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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