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단순히 잘 생겨서, 몸이 좋아서 뜬 게 아니다. 비록 한국 축구는 아깝게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들은 조규성(24‧전북 현대)의 ‘황금 헤더’ 두 방에 잠시나마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조규성은 28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 스타팅 멤버로 나서 멀티골을 뽑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가 2-3으로 지지만 않았더라면 마음껏 포효할 수 있었던 맹활약이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 경기 두 골은 국내선수로는 조규성이 사상 처음이다. 조규성 개인으로는 18번째 A매치였고 5,6호골을 뽑았다. 우루과이와 1차전 후반에 데뷔한 그는 2차전에선 황의조를 제치고 선발명단에 올랐고 결국 역대 최고 골잡이 손흥민도 해내지 못한 대업을 달성했다. 머리로 한 경기 멀티골 역시 당연히 1호일 수밖에 없다.
조규성은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35‧36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전에 월드컵에서 골맛을 본 우리 선수는 박창선 김종부 최순호 허정무 황보관 홍명보 서정원 황선홍 하석주 유상철 안정환 박지성 설기현 이을용 송종국 이천수 이정수 이청용 박주영 이근호 손흥민 구자철 김영권 등 23명이었다. 즉, 조규성이 24번째 '월드컵 득점클럽'에 가입한 셈이다.
조규성은 단숨에 월드컵 최다득점자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역대 득점자 중에 안정환 박지성 손흥민이 3골씩으로 선두고,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이정수 이청용이 2골씩을 넣었다. 아직 포르투갈과 3차전이 남았고 결과에 따라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도 있어 가능성이 있다. 조규성은 은퇴한 안정환 박지성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이정수 이청용과 달리 다음 월드컵에도 진출할 수 있는 나이라 새 역사가 쓰일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규성이 월드컵에서 이 정도의 존재감을 뽐내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2019년 K리그2 FC안양에서 데뷔한 그는 점점 기량을 연마하더니 프로 4년차인 올해 그는 K리그1에서 17골을 작렬, 득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성장한 과정 중에 김천 상무에 입대,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짱’이 된 사연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대포알 슈팅과 문전 앞 골감각을 갖췄던 그는 어깨가 넓어지고 앞뒤통이 몰라보게 커지면서 수비수와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벤투 감독의 니즈에 부응하는 자원이 됐다. 결국 지난해 9월 레바논과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처음으로 출전하더니 세계의 ‘축구 고수’들이 다 모인 메가이벤트에서 ‘인생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팀이 패배하는 바람에 조규성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웠다.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오늘 선수들뿐 아니라 코치님, 감독님 모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불사지르자 했다. 한국에서 저희를 위해서 늦은 시간까지 지켜봐주신 팬분들게 죄송하다. 너무 아쉽다”며 “초반에 빠른 실점을 해서 따라가는 경기가 됐는데 쉽지 않았다. 포기 하지 않았는데 아쉽게 실점했다. 끝까지 두드려봤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한 경기 남았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선수들 열심히 할 테니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실망스럽지 않은 경기로 보답 드리겠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수려한 외모에다 ‘킬러 본능’까지 갖춘 조규성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10만명을 돌파했다. 1차전 시작 당시만 해도 3만여명이던 수치가 대폭발했다. 세계 여성팬들이 '짐승남' 혹은 '근육돌'이란 별명을 붙인 조규성. 이번 월드컵으로 가장 크게 인생이 역전된 이라는데 이견을 달 이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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