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KBS 대하사극과 공개 코미디쇼가 시청자 환영 속에 다시 돌아왔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가는 냉정하다. 장기간 레이스를 펼칠 '고려거란전쟁'과 '개그콘서트'의 부활이 KBS의 위기 탈출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공영방송 50주년 시기를 맞은 KBS가 지난 주말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과 코미디쇼 '개그콘서트'를 동시에 선보였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고려거란전쟁'은 1회 5.5%(전국 가구 기준, 닐슨코리아)로 시작해 2회 6.8%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방송 중단 당시 2%대 시청률을 기록한 '개그콘서트' 역시 12일 재개와 함께 4.7%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시켰다.
'고려거란전쟁'은 지난해 5월 '태종 이방원' 종영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대하사극이다. KBS 2TV 편성으로 따지면 2009년 '천추태후' 이후 14년 만이다. '개그콘서트' 또한 3년 5개월 만의 재개. 시청률 대비 막대한 제작비로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 방송 포맷들이지만 KBS의 굳건한 의지 속에 부활했다.
특히 '고려거란전쟁'은 역대급 제작비인 270억원을 들이고,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넷플릭스와 손잡는 등 대하사극을 전 세계 시청자에게 보여주겠다는 KBS의 야심찬 포부가 드러났다. 사활이 걸린 작품인 만큼 김덕재 KBS 부사장까지 제작발표회 자리에 직접 나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그는 "올해는 KBS가 공영방송으로 출범 한지 50주년이다. '고려거란전쟁'은 그 대미를 장식하는 프로그램"이라며 "1년 동안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기존 대하사극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여했다. 국민들의 대하사극을 향한 열망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대하사극 부활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KBS의 '수신료 가치'를 강조한 결과다. 수신료 분리징수와 함께 가격 인상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시청자에게 정당한 프로그램 가치를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KBS의 재도전은 시청자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 방송 이후 대하사극의 부활을 반기는 시청자 반응이 줄 잇고 있으며 역사 고증과 연출 면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일부 배우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방송 초기니 지켜봐야 한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무엇보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반응을 불러오며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는 대하사극의 새 지평을 연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개그콘서트'는 시청자 반응이 양극으로 나뉘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공개 코미디쇼를 응원하자는 반응과 시대를 따라오지 못한 개그들이 여전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1999년 시작해 21년간 시청자들의 밤을 웃음으로 책임진 '개그콘서트'는 급변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개그들로 점차 외면받았다. 이에 2020년 6월 프로그램 편성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개그콘서트'의 폐지는 수많은 개그맨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아픔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해 생계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시청자들은 돌아온 '개그콘서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여전히 성별, 외모, 세대, 인종 갈등 및 차별을 소재로 하는 코너들이 중심이 돼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미디 시장에 새롭게 떠오른 유튜브 스타들과 신인 개그맨을 기용해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겠다는 포부 또한 과거를 답습하는 개그들로 구현됐다.
연출을 맡은 김상미 CP는 제작발표회에서 "(공개 코미디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주말 밤 온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유튜브는 부모님, 가족과 함께 보기 껄끄러운 19금 개그 위주다. 그러다 보니 세대간 단절이 있는 것 같다. '개콘'을 보면서 자식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길 거고 자식들은 부모에게 MZ세대 밈도 알려주며 대화를 하게 될 거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까 세대 갈등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전했지만 매운맛은 빠지고 혐오만 남은 개그들이 유튜브 활성화와 함께 다채로워진 코미디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선물 포장지 리본을 푼 수준이기에 시청자 피드백을 받고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23년은 KBS가 수신료 분리징수, 박민 KBS 사장 취임 등 갖은 변화를 맞이한 해다. 13일 취임식을 가진 박민 사장은 재정 위기를 언급하며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수신료를 낭비하는 모든 적폐는 일소해야 한다"고 재창조 수준의 통폐합 등 칼바람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들어내고 KBS2 '더 라이브'는 폐지, '고려거란전쟁', '개그콘서트' 재방송으로 대체했다.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는 진행자 교체를 당일 통보했다. 뉴스 앵커들도 하차 및 교체가 이뤄졌다. 아직까지 드라마, 예능 관련 수정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만큼 부진한 시청률의 드라마, 예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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