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8일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는 오전부터 축구 팬 수십 명이 몰렸다. 축구 유니폼과 머플러를 손에 쥔 채 영화관 입장을 기다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최종 명단을 영화관에서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KFA가 사전에 온라인으로 선정한 64명의 팬들도 함께했다.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대표팀이 염원을 담은 셈이다. 한국은 아시안컵 초대인 1956년과 1960년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축구대표팀 선수 명단 발표를 영화관에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은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거나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아시안컵 장도에 오르는 만큼 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대중적인 영화관에서 명단을 발표해 좀 더 화제성까지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명단 발표는 마치 영화 시사회 같았다. 영화관 내 스크린에 펼쳐진 약 4분간의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 직후에는 이재성(마인츠)과 조규성이 시사회를 마치고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나타나 팬들에게 간단한 각오를 전했다.
이재성은 “우승컵을 들고 다음에는 모든 선수가 올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조규성은 아시안컵에 대해 “인생의 변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단 발표 후 곧바로 선수들이 기자회견에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설영우(울산 현대)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감기 때문에 무산됐다.
아시안컵 최종 명단은 기존 클린스만 감독이 선호해 온 선수들과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부터는 기존 23명의 명단을 26명으로 늘렸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등 기본 유럽파들은 대부분 뽑혔다. 홍현석(KAA헨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순민(광주 FC), 문선민, 박진섭(이상 전북 현대)도 이름을 올렸다.
불법 촬용 혐의로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 황의조(노리치시티)가 빠진 공격수 자리에 새로운 얼굴은 없었다. 기존 오현규(셀틱)와 조규성(미트 윌란)이 그대로 선발됐다. 이 밖에 김지수(브렌트포드), 양현준(셀틱)이 발탁된 게 눈에 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지수 발탁과 관련해 “앞으로 축구를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9월 평가전 때 소집했고 그 이후에도 구단과 연락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봤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소속팀과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한국이 64년 만의 우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에 64년은 너무 길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잘 합류해 자신감을 이어나가면 약속대로 우승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라이벌이자 최근 상당한 전력을 자랑하는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에서 만나길 희망한다”며 “일본의 경기는 계속 보고 있는데 중요한 건 우리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훈련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승을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조별리그 E조에서 맞붙는 바레인과 요르단, 말레이시아에 대해선 “정보를 지속해서 수집했고 팀에 대한 숙제는 끝났다”며 사실상 분석을 마쳤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 일부는 2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넘어간다. 손흥민 등 유럽에서 뛰는 일부 선수들은 3일 아부다비에서 합류한다. 6일 이라크와 최종 모의평가 성격인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10일 대회가 열리는 카타르에 입성할 예정이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 명단(26명)
▲골키퍼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 벨마레)
▲수비수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 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전북 현대), 이기제(수원 삼성), 김주성(FC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미드필더 :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KAA헨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이순민(광주FC), 문선민, 박진섭(이상 전북 현대), 양현준(셀틱)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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