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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부친 손웅정, 한국 축구 미래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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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부친 손웅정, 한국 축구 미래 생각하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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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의 아버지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되는 거긴 한데…”라고 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역대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이런 와중에 손웅정 감독의 말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이유가 있다.

손웅정 감독은 7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4년 동안 한 번도 우승 못 한 것에 대해 나는 물론이고 모든 축구인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손웅정 감독은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그 결과만 가지고 (변화 없이) 얼마나 또 우려먹겠느냐"라며 "그러다가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축구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텅 빈 실력으로 어떻게 속여서 일본 한 번 앞섰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승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한국의 축구 실력이나 축구계 투자 등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손웅정 감독은 기본기를 소홀히 하는 한국 축구 지도 방식을 예전부터 비판해 왔다. 그는 강원도 춘천에서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축구 유소년을 키우고 있다.

그는 "승패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키 크고 덩치 큰 애들 상대로 우리 애들이 영리하게 볼 잘 차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교육관도 밝혔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며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해라. 아이들은 좀 놀게 해야 한다”고 했다.

손흥민.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 [사진=EPA/연합뉴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직접 축구를 지도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021~2022시즌 득점왕에 오르고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좋은 인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손웅정 감독은 거실에서 TV를 없애고 집에 오면 부모 핸드폰부터 치워 두는 게 가정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며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고 했다.

그는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영상 보여주는 건 결국 부모가 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며 "난 아이들이 어릴 때 식당에 가면 흥민이 엄마와 번갈아 가며 밖에서 애를 보며 밥을 먹었다"고 했다.

축구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부모라면, 배고픔,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최근 무너진 교권과 관련해서는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더 확실하게 아이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싸고 과잉보호하고 책임을 교사한테 미뤄 학교가 엉망이 됐다고 했다.

손웅정 감독은 ”성서를 보면 '아이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자식을 체벌한다"면서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끝까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체벌할 때는 '뚜렷한 기준'과 '사랑',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했다. 손웅정 감독은 축구를 가르칠 때 체벌은 하지 않지만, 욕은 한다고 했다. 그는 "대충대충 살면, 이 세상에 설 곳이 없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면서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애정을 전제로 깔고 이따금 큰소리를 친다"고 말했다.

또 "지도자라면, 아이들이 당장 지금이 아닌 성인이 됐을 때 경쟁력과 인성을 갖춘 선수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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