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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 우승, 손흥민-차범근도 못한 감동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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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 우승, 손흥민-차범근도 못한 감동 서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4.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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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5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 플로리안 비르츠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바이엘 04 레버쿠젠이 베르더 브레멘을 5-0으로 이기는 순간 그라운드가 서서히 붉은 물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기쁨과 흥분이 뒤섞인 3만여 레버쿠젠 홈팬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레버쿠젠과 팬들에게는 상징적인 날이 됐다.

승점 79(25승 4무)를 기록한 레버쿠젠이 남은 정규리그 5경기와 상관없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이 15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모두가 얼싸안고 기뻐했다. 심지어는 경기장 밖에 있던 관중들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축제의 날이었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업체 구글도 레버쿠젠의 우승을 축하했다. 구글에서 레버쿠젠을 검색하면 화면에서 축포가 터지고 ‘레버쿠젠 챔피언’이라는 문구와 구단 엠블럼이 뜬다.

레버쿠젠 팬들이 더욱 기뻐하는 이유는 사상 첫 우승이기 때문이다. 우승까지 무려 120년의 세월이 걸렸다. 리그가 아닌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1992~1993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우승 이후 31년 만이다. 레버쿠젠은 1904년 창단된 전통의 구단이다. 그해 7월 제약회사 바이엘의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창단한 기업구단이다. 바이엘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가 진통 해열제인 ‘아스피린’이다.

레버쿠젠은 한국 팬들에게는 차범근(71)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뛰었던 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차범근 전 감독은 1983~1984시즌부터 6시즌 동안 레버쿠젠에서 맹활약했다. 215경기에 나서 63골을 터뜨린 폭격기였다. 1987~198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이끌었다. 레버쿠젠 역사상 최초의 UEFA 주관 대회 정상이었다. 차범근은 ‘차붐’이라고 불리며 최고의 축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 [사진=AP/연합뉴스]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 [사진=AP/연합뉴스]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하기 전인 2013~2014부터 2025년 여름까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었다. 87경기에서 29골을 터뜨리며 골잡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우승과는 늘 인연이 없었다. 5차례(1996~1997·1998~1999·1999~2000·2001~2002·2010~2011)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자 팬들은 레버쿠젠과 ‘절대 안 된다’는 의미의 ‘Never’를 붙여 네버쿠젠(Nekerkuse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컵을 마침내 올해 들어 올렸다.

사비 알론소(43·스페인) 감독을 영입한 게 레버쿠젠으로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는 2022년 10월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 팀을 18개 팀 중 6위로 이끈 알론소 감독은 올 시즌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레버쿠젠 팬들이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레버쿠젠 팬들이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현역 선수 시절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레알 소시아에드와 리버풀,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분데스리가 뮌헨에서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17년 현역 은퇴 후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 감독으로 변신했다. 1군 지도자 경험은 레버쿠젠이 처음이다.

알론소 감독은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으로 팀을 끈끈하게 만들었다. 레버쿠젠 수비수 제레미 프림퐁(24)은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알론소 감독을 이해한다. 그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모든 선수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그는 “알론소 감독은 늘 내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지몬 롤페스(42) 레버쿠젠 단장은 “알론소 감독은 열심히 일한다. 그의 정신력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그는 끊임없이 다음 경기에 집중하며 항상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놀라운 모범을 보여줬다”고 했다.

레버쿠젠 팬들이
레버쿠젠이 우승하자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론소 감독은 우승 후 “믿기지 않는다. 우리는 (우승을) 즐길 자격이 있다”고 기뻐했다. 레버쿠젠의 올 시즌 3관왕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분데스리가 우승을 즐길 순간이다. 남은 경기를 준비는 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레버쿠젠은 내달 26일 카이저슬라우테른과 DFB 포칼 결승전을 치른다. UEFA 유로파 리그에서는 4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이제 레버쿠젠은 무패 우승에 도전한다. 분데스리가에서 무패 우승을 일궈낸 구단은 없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2000년 이후로는 무패 우승한 팀은 2003~2004시즌 아스널(잉글랜드)과 2011~2012시즌의 유벤투스(이탈리아)뿐이다.

한편, 지난 시즌까지 11회 연속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우승에 실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철기둥’ 김민재와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짝꿍이었던 해리 케인을 영입했지만 레버쿠젠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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