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저 다크호스 맞습니다.”
2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미디어데이. 남자 펜싱 사브르의 다크호스를 뽑아 달라는 말에 원우영(42) 코치가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을 꼽자 구본길이 이렇게 말했다.
원우영 코치는 “구본길이 충분히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 첫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본길은 “2012 런던 올림픽 때부터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를 준비하면서 미디어데이에서 (개인전 메달) 약속을 많이 했다”며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색깔 상관없이 (따겠다는)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 개인전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구본길은 남자 사브르의 간판스타다. 올림픽(2012 런던·2020 도쿄) 단체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 대회 때는 종목 로테이션 때문에 남자 사브르 개인전만 열렸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월드컵, 그랑프리 등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메달을 따냈지만 올림픽 개인전에서만큼은 메달을 따지 못했다. 런던 대회 개인전 16강, 도쿄 대회에서는 첫 라운드인 32강에서 탈락했다. 구본길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파리 올림픽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 메달에 도전한다.
구본길은 단체전에서는 3회 연속 ‘금빛 찌르기’에 나선다. 후배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에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과 2000년생 박상원(24·대전광역시청)이 가세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팀은 현재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 1위다.
남자 사브르 단체팀은 그동안 ‘어펜져스’라고 불렸다. 펜싱과 마블 영화 ‘어벤져스’를 합친 말이다. 김정환(41·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30·화성시청)로 꾸려진 대표팀이 훈훈한 외모에 실력도 좋자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더 이상 어펜져스는 볼 수 없다. 김준호는 올해 1월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플레잉 코치로 뛰고 있다. 김정환은 이번 올림픽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이번엔 ‘뉴 어펜져스’가 뜬다. 20대 초중반의 도경동과 박상원을 믿는다. 둘은 선배들과 최근 각종 월드컵 단체전에 출전해 금·은메달을 수확했다. 박상원은 2021 중국 청두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
박상원은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했다. 도경동은 “열정과 패기로 밀어붙이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원과 도경동은 구본길과 각각 11살, 10살 차이가 난다. 구본길이 런던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박상원은 초등학교 6학년, 도경동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도경동은 “런던 올림픽에서 감명을 깊게 받아 펜싱을 시작했다. 당시 선수였던 원우영 코치님이 대표팀에 계셔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구본길은 “후배들이 어펜져스 자리에 투입이 돼 부담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실력을 증명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구본길은 “상원이는 정말 파워풀하고 민첩성이 전 세계에서 최고다. 파이팅도 좋다. 해외 베테랑 선수도 그 기에 눌려서 실력 발휘를 못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경동이는 피지컬(키 189cm)이 좋다. 어린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민첩성이 좋아 공격에서 장점이 있다”고 했다.
구본길은 뉴 어펜져스의 둘째 오상욱에게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구본길은 “저도 후배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상욱이가 중간에서 잘 해준 덕분에 잘 잘 다독이면서 말할 수 있다”라고 했다.
오상욱은 "예전엔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버겁기도 하다"며 "동생들이 잘해주고 코치님과 본길이 형이 이끌어줘서 부담감이 좀 줄었다"라고 했다. 오상욱은 FIE 개인 세계랭킹 9위다. 그는 “개인,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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