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여자 펜싱 에페의 송세라(31·부산광역시청)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22 이집트 카이로 세계선수권이다. 당시 그는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에페가 20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송세라는 단체전에서도 동료들과 기세를 몰아 금메달을 따냈다. 2관왕. 최고의 순간이었다.
송세라는 28살이던 2021년, 자신의 첫 올림픽에 나가 주목받았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덕분이다. 강영미(39·광주광역시서구청), 최인정(34·계룡시청), 이혜인(29·강원도청)과 호흡을 맞췄다. 여자 에페 단체 대표팀의 역대 2번째 올림픽 메달이었다.
송세라는 이 대회를 기점으로 기량이 쭉쭉 올랐다. 2022 이집트 카이로 세계선수권 이후 2023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월드컵 개인전 금메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 올해 나선 2번의 월드컵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쥐었다. 송세라의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은 3위.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펜싱 국가대표 14명 중 제일 높다. 송세라는 자신의 2번째 올림픽인 파리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최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송세라는 “세계선수권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되는데, 쉽진 않다. 그만큼 금메달이 간절하고 간절한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면서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당시 세계랭킹 18위였던 송세라는 개인전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안나 마리아 포페스쿠(루마니아)를 만났다.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실력 차가 있었다. “도쿄 대회 때는 제가 세계랭킹이 낮은 상황에서 출전했는데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를 만나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이번에는 제가 좀 더 높은 순위에 있는 만큼 노련미 있는 경기로 개인전에서도 욕심을 내보겠습니다.”
단체전에서는 강영미, 최인정, 이혜인과 다시 한번 손을 맞잡는다. 최인정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지만 파리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한펜싱협회의 요청에 대표팀 복귀를 결심했다. 넷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푸자이라월드컵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송세라는 금산여중 2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에 입문했다. 한국국제대 2학년이던 2013년 추천으로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 들어서다. “대표팀에 들어오고 나서 상위 랭킹에 올라오기까지 긴 세월이 걸렸어요. 8~9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만큼 제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훈련해 와서 지금의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꾸준함이 저의 큰 장점입니다.”
키 164cm의 송세라는 신장이 작은 편이다. 대신 정교하게 움직이고 최대한 정확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상대와 맞선다.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장점이다. 그는 “신장이 큰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아무래도 거리를 좁히기가 어렵다. 저는 대신 상대의 팔이나 발처럼 저와 가까운 부위를 많이 노린다. 신장이 큰 선수들도 저와 경기를 할 때 많이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