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최근 기사를 쓰면서 안쓰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해까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24연패)했다. 2021년 3연패까지 합하며 무려 27연패.
경기에서 진 선수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를 쓰는 입장에서도 여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국가대표 은퇴를 한 김연경(36·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2023 VNL 때는 국가대표팀 어드바이저(고문)으로 나서 대표팀의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김연경과 김수지(37·흥국생명), 양효진(35·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한꺼번에 빠진 타격이 분명히 있다.
당연히 최근 부진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데다 세계와의 격차도 존재한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전국의 여자배구 고교배구팀은 18개. 등록 선수는 202명에 불과하다. 세계랭킹 7위 일본은 등록 고교배구팀이 3000개 넘고 등록 선수는 5만 명이 넘는다. 2012년에도 3만5000여명이었다. 얕은 저변 속에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의 덕을 본 것도 분명 무시할 수 없다.
김연경은 은퇴식을 하루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V리그를 하고 있지만 국가대표에 초점을 맞춰서 운영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가대표 스케줄에 초점을 맞춰서 연습기간을 길게 가져가고 전지훈련을 하면 기량이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김연경은 예전에도 국가대표에 대한 걱정을 꺼낸 적이 있다. 지난 4월 V리그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V리그는 매년 발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있다. 수준급 있는 리그를 만들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V리그 관심에 비해 국가대표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그 관심이 줄면 V리그도 그렇고 한국 배구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양효진은 “선수 본인들은 (최근 부진이) 갑자기 닥친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대회를 계속해서 접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했으면 조금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송이는 “지금은 여자배구의 과도기”라며 “언니 선수들이 은퇴하고 어린 선수들이 세대교체 하는 과도기인데 선수들이 부족하다기보다 국가대표 경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뿐 아니라 협회와 연맹, 구단 관계자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더 심각해서 생각해 방향성을 잡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물론 대한배구협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 4월 검증된 지도자인 페르난도 모랄레스(42·푸에르토리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달 워크숍에서 2군 리그 도입과 관련한 포럼을 개최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때다.
김연경은 지난 8일 6000여 팬들이 모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통해 17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공식적으로 내려놓았다. 그는 “여기 계신 모든 분과 선배 언니들이 없었다면 여자배구에 대한 많은 관심은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울컥했다. 김연경의 뒤를 이을 새로운 언니가 나오길 희망해본다.
다행히 여자대표팀은 2024 VNL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일 태국을 꺾고 지긋지긋했던 30연패에서 탈출했다. 다시 5연패에 빠졌지만 13일 프랑스를 꺾고 2승째를 거뒀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분명 소중한 승리다. 정지윤(현대건설), 강소휘(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정호영(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문지윤(GS칼텍스 서울 Kixx) 등 20대 선수들이 분발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바꾸기보다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같이 토론하면서 서로 배구가 나가야 할 방안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연경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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