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오히려 결승전이 싱겁게 끝났다. ‘철옹성’ 중국 배드민턴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한 경기였다.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세계랭킹 8위)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정쓰웨이-황야충(중국·세계 1위)에 0-2(8-21 11-21)로 져 준우승했다.
한국에는 분명 값진 은메달이었다. 김원호-정나은은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배드민턴에서 은메달을 선물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2 런던 대회부터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에서 3연속으로 각각 동메달 1개를 그친 바 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초강세를 보여주는 중국 배드민턴은 역시 막강했다. 혼합복식 결승전은 불과 41분 만에 끝났다.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세계 2위)이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일본·세계 5위)에게 0-2(13-21 20-22)로 진 동메달결정전(50분)보다 짧았다. 정쓰웨이-황야충은 거의 빈틈이 없었다. 세계 1위답게 경기 운영에서 김원호-정나은보다 앞섰다.
중국 배드민턴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2개를 따 이 부문에서 1위를 달린다. 2위 인도네시아(8개)와 상당한 격차가 난다. 한국이 6개로 그 뒤를 따른다.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합친 메달 수에서도 중국은 50개로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2·3위인 인도네시아(21개)와 한국(21개)의 메달 수를 모두 합쳐도 중국을 따라잡지 못한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대거 노리고 있다. 금메달을 목에 건 혼합복식을 비롯해 여자복식은 세계 1위인 천칭천-자이판과 세계 3위 류성수-탄닝(이상 중국)의 맞대결로 이미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정했다. 남자복식에서는 세계 1위 리앙웨이컹-왕창(중국)이 결승전에 올라가 있다.
여자 단식에서는 세계 2위 천위페이와 세계 8위 허빙자오(이상 중국)가 준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남자단식에서는 세계 1위 스위치(중국)가 8강에 올라가 있다. 한국은 이제 여자 단식의 세계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에게 기대를 건다. 안세영은 8강에서 세계 6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만난다.
사실 중국은 배드민턴과 탁구에서 모두 강세를 보인다. 두 종목 모두 8강부터는 중국과의 맞대결을 경계해야 한다. 신유빈(20·대한항공)도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패했고 2일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역시 중국 천멍에게 0-4(7-11 6-11 7-11 7-11)로 완패했다.
결승에서 완패를 했지만 김원호-정나은은 이번 대회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혼합복식으로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은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준결승전에서는 5전 전패를 기록하던 세계 2위 선배 서승재-채유정을 꺾었다. 1시간 11분의 혈투를 펼치는 과정에서 김원호는 경기 도중 구토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김원호는 올림픽 ‘모자(母子)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영아 감독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連霸) 등을 해낸 한국 배드민턴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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