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녀 양궁 대표팀과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스포츠클라이밍 이도현(22·서울시청)과 태권도 서건우(21·한국체대), 역도 박혜정(21·고양시청) 등과 함께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세영이 넘어서야 할 상대는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영오픈과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무릎 부상 여파 속에서도 줄곧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셔틀콕의 여왕’ 방수현(52) 이후 한국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 출현한 보물 같은 존재다. 이제 안세영이 ‘전설’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안세영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25·인도네시아·세계 8위)을 2-1(11-21 21-13 21-16)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올림픽에서 여자 배드민턴 단식 선수가 결승에 오른 건 레전드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방수현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여자 단식 은메달,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지금까지 메달을 딴 선수는 방수현 밖에 없다. 이제 안세영은 방수현의 뒤를 이어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2번째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8강에 그친 안세영은 지난해 완전하게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방수현의 뒤를 그대로 밟아왔다. 안세영의 지난해 전영오픈과 아시안게임 우승은 방수현 이후 여자 단식에서 처음 나온 성과였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방수현조차 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방수현은 2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한 개씩 땄다.
전날인 3일 8강전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1시간 14분간 혈투 끝에 역전승을 따낸 안세영은 4강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상대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며 1게임을 예상보다 쉽게 내줬다.
하지만 2게임부터 안세영이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상대의 강력한 스매싱을 넘어지면서 받아내는 ‘수비 신공’을 펼쳤다. 안세영은 툰중처럼 화려한 공격은 없었지만 안정된 수비로 끈질기게 랠리를 이어갔다. 그러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매싱으로 점수를 따냈다. 랠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안세영이 유리했다.
2게임을 따낸 안세영은 3게임부터는 체력적인 우위 속에 제 컨디션을 완전하게 회복했다. 6-3에서 연속 6득점 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툰중은 13-16까지 추격하면서 경기는 다시 아슬아슬해졌다. 안세영은 다시 연속 득점과 상대 범실 등을 묶어 20-14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안세영은 그대로 바닥에 앉아 양 주먹을 쥐고 뜨겁게 포효했다.
툰중과의 역대 전적에서 8승 무패. 안세영의 압도적인 성적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안세영의 결승전 상대는 허빙자오(중국·세계 9위)이다. 허빙자오는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세계 4위)과의 4강전에서 1게임을 14-21로 내줬지만 2게임 도중 마린이 무릎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승자가 됐다.
당초 1번 시드의 안세영의 결승 상대가 2번 시드의 천위페이(중국·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천위페이는 8강전에서 허빙자오에게 패해 탈락했다. 안세영의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결승전 경기일정은 5일 오후 4시 4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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