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이와 관련한 사안이 대통령실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도 안세영의 폭로와 관련해 대응을 시작했다. 아직 협회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안세영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안세영은 협회의 부실한 선수 부상관리, 선수 육성과 훈련 방식, 일방적인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 협회의 총체적인 업무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안세영을 육체적·심리적으로 가장 힘들게 한 건 부상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배드민턴 결승전 도중 오른 무릎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치명적인 부상이었지만 참아내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투혼을 발휘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첫 검진에서 최단 2주 재활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부상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안세영은 지난해 12월 다른 병원을 찾아 재검진을 받았고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때부터 안세영은 협회를 불신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올해 5월 인스타그램에 “아시안게임 이후 2~6주간 재활 후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과 다르게 통증이 줄어들지 않아 지난해 12월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파이널 이후 다른 병원에 방문했다”며 “슬개건(무릎인대) 부분 파열된 부분이 처음 진단과는 다르게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파리) 올림픽까지 최대한 유지해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고 썼다.
6일 SBS 보도에 따르면, 안세영이 부상 관리가 잘 안된다는 불만을 드러내자 협회는 대한체육회 지원을 받아 트레이너 1명을 보강했다. 기존에 있던 A 트레이너가 올해 1월부터 안세영을 전담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을 한 달 앞둔 6월 해당 트레이너가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의지했던 A 트레이너가 올림픽에 가지 못하게 되자 안세영은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따고 나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 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이번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톱랭커 선수들이 각자 2~3명의 코치의 관리를 받는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안세영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 코치 1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더라“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이런 상황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안세영의 부모는 지난 5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라며 “세영이가 몸에 대한 거 말고는 사실 다른 데에 관심이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들은 “경기력하고 운동 배우는 부분, 몸 관리해 주는 부분이 본인의 제일 요구사항인데 사실 선수촌이라는 곳이 단체로 있는 곳이다 보니까 세영이 1명한테만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거를 어떻게 보면 특별대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영이가 정말 충분히 케어받고 싶고 팀에서도 충분히 해주실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그런 걸 원했는데,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세영이한테 만족감을 줄 수 없었고 세영이도 혼자서 되게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었고 상처도 많았고 그걸 이겨내는 게 되게 힘들어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본인이 목표했던 올림픽이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면 본인이 준비하는 데 힘들 수 있어서 올림픽 끝나고 이야기하겠다고 항상 그랬던 것 같다"며 "저희는 세영이가 잘 생각해서 잘 이겨내고 잘 판단해서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 5명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6일(현지시간) 지시했다. 이기흥 회장은 “배드민턴 대표팀이 오늘 귀국하기 때문에 어제 벌어진 이 일을 제대로 살필 시간이 부족했다”며 “귀국하는 배드민턴 지도자 5명에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안세영의 부상 치료 등과 관련한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보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6일 현지에서 귀국길에 오른 안세영은 공항에서 취재진에 “제 입장은 한국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 한국에 가서 이야기해 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 동행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선수단, 코치진과 다른 비행기를 타고 먼저 파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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