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시즌 중반을 넘어선 프로축구 K리그1의 순위표를 보면 낯설다. 거대 기업구단을 제치고 도민 구단인 강원FC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군인 팀인 김천상무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재정인 기업구단들은 자존심이 상할 지경이다.
강원의 지난해 선수단 전체 연봉은 96억1117만6000원으로 12개 구단 중 8위였다. 김천은 군인 팀으로 입대하는 선수에 맞춰 팀을 꾸려야 한다. 스타플레이어가 입단하면 강팀이 될 수는 있지만 외인 선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4 26라운드까지 순위를 보면, 강원은 승점 47(14승 5무 7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10위에 그치며 김포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겨우 1부에 잔류했던 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강원 2년 차를 맞은 윤정환 감독이 지휘 아래 사상 첫 도민구단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 6월에는 2017년 이후 5연승을 달렸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5경기에서 3승 1무 1패로 가파르다. 강원의 힘은 무서운 공격력에서 나온다. 팀 득점은 48골로 선두를 달린다. 2위 울산 HD(41골)보다 7골이나 많다. 지난 시즌 강원의 팀 득점은 30골로 최하위였다.
공격의 쌍두마차인 이상헌(10골 2도움)과 양민혁(8골 5도움)의 활약이 크다. 2017년 울산에서 데뷔해 지난 시즌 프로 통산 7골에 그쳤던 이상헌은 올 시즌 탈바꿈했다. 일류첸코(FC서울)와 무고사(인천유나이티드·이상 12골)에 이어 득점 랭킹 3위인 그는 생애 첫 득점왕도 조준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초신성’으로 떠오른 고교생 공격수 양민혁은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하고 있다. 출전과 득점, 공격포인트에서 구단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K리그 사상 최초로 4달 연속(4월~7월)으로 ‘이달의 영플레이어 상’을 받았다.
준프로로 시작해 지난 6월 정식 프로로 전환된 그는 지난달 손흥민의 소속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2030년까지 계약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유럽 무대로 진출한다.
전반기에 9골 1도움으로 활약한 야고(브라질)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야고는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 울산으로 이적했다.
2008년 창단해 2009년 K리그에 뛰어든 강원의 K리그1 최고 성적은 6위(2017·2019·2022년). 올 시즌에는 최고 순위를 예약했다. 2019년 기록한 팀 역대 승점인 50점도 넘어서기 직전이다.
다만 우승을 위해서는 약점인 수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강원의 실점은 38골로 가장 많은 전북 현대(48실점)에 이어 최다 2위를 달린다. 강원은 오는 18일 광주FC를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한다.
강원에 불과 승점 1점 뒤진 2위 상주도 올 시즌 무섭다. 한때 선두를 유지했고 현재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천의 K리그1 최고 성적은 상주 상무 시절이던 2020년 4위. K리그2에서는 4번의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동국, 조원희, 조재진, 이근호, 주민규(울산 HD), 조규성(미트윌란) 등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거쳐 간 역사가 있다.
올 시즌 김천의 좋은 성적은 지난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정정용 감독의 지휘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시즌 초에는 이영준(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과 김현욱(대전하나시티즌), 원두재(울산 HD), 정치인(대구FC) 등을 앞세워 선두권을 달렸다.
이들이 전역한 뒤에는 입대한 울산 출신 이동경과 전북 출신 이동준에게 기대를 건다. 특히 이동경은 울산에서 7골 5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이동경은 김천 입단 이후 1골을 더 넣어 올 시즌 8골로 득점 랭킹 7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보다 더 빛나는 건 수비. 김천의 팀 실점은 27골로 12개 구단 중 가장 적다. 김천은 오는 16일 대구 원정에서 승리에 도전한다.
강원과 김천을 포함해 선두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최근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울산이 승점 45(13승 6무 7패)로 3위를 달린다. 4위 포항스틸러스(승점 12승 8무 6패), 5위 수원FC(승점 41·12승 5무 9패)도 언제든지 선두로 올라설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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