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4일 찾은 서울시 송파구 한국체대에는 2024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체육인을 양성하는 대학다웠다.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3관왕 임시현(21·세계랭킹 1위)도 예외 없었다. 임시현의 파리 올림픽 양궁 단체전 금메달과 2024 세계양궁월드컵 3차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었다. 임시현은 한국체대 체육학과 3학년이다.
임시현은 이날 한국체대가 연 ‘파리 올림픽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임시현은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의 김우진(32·청주시청)과 3관왕에 오른 한국 여자 양궁의 에이스. 여자 단체전에서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시청)과 호흡을 맞춰 10연패(連霸)를 달성했고 김우진과 나선 혼성전과 개인전에서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임시현의 지도교수인 김진호, 김동국 교수도 참석했다. 김진호 교수는 한국 여자 신궁의 계보의 첫 주자다. 197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며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1983 로스앤젤레스(LA)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6관왕에 오른 레전드다. 유일한 올림픽 메달은 1984 로스앤젤레스 개인전 동메달이다.
임시현이 서울체고 1학년 때 처음 봤다는 김진호 교수는 “그 당시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체격이 좋아서 한국체대에서 키웠으면 좋겠다고 지목을 해 놨다”고 돌아봤다.
임시현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고등학생 때 가능성을 봐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그래서 꼭 체대에 진학해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경기를 할 때 무조건 운동만 잘해서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로는 단체전을 꼽았다. 그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10연패 역사가 세워지기 때문에 꼭 따고 싶었다. 스포츠 선수로서 결과를 가지고 오겠다고 말하고 경기에 임한다는 게 어렵고 무겁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라고 했다. 이어 “부담감을 이겨냈을 때 희열감을 느꼈다”라며 “전훈영, 남수현과 힘을 합쳤다는 게 뜻깊다”라고 말했다.
슛오프에 대한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냈냐는 질문에는 “자신만 이기면 상대를 이긴다는 생각을 컸다. 제가 준비했던 것만 하면 상대가 못 따라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여자 양궁은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양궁 월드컵에서 다소 부진하면서 주변의 우려를 샀다. 임시현은 “제가 국가대표 팀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이었는데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의 목소리를 선수들이 아예 못 보지는 않는다. 그걸 보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선수들은 자기가 제일 잘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건데 실력이 증명되지 않아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가 생각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응원으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했다”라고 돌아봤다.
임시현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도전하는 제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도전할 거다”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 없이 남은 선수 생활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동국 교수는 "양궁이 세계 최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많은 지도자의 연구하는 자세와 협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어우러진 덕분"이라며 "멋진 양궁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는 임시현과 기념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줄을 이뤘다. 김진호 교수도 임시현과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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