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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부국제 개막 이튿날부터 ‘삐그덕’, 아트워싱·운영 미숙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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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부국제 개막 이튿날부터 ‘삐그덕’, 아트워싱·운영 미숙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10.0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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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과 동시에 소란스러운 마찰음을 빚었다.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집단 보이콧된 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감독 대니 로젠버그)를 초청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문화예술인 일동은 3일 "부산국제영화제의 문화워싱(아트워싱)을 거부한다"는 선언문을 내고 영화의전당에서 상영 규탄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주민 집단학살과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 및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대한 공모를 거부하는 문화예술인으로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와 사람에 관하여'의 문화워싱을 거부하고 상영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와 사람에 관하여'를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하며 "2023년 10월 하마스 공격 당시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키부츠로 돌아가는 16살 이스라엘 소녀 다르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전쟁이 남긴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는 영화"라며 "대니 로젠버그 감독은 가공되지 않은 현실 속에 투입된 픽션적 인물 다르의 시선을 통해 동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깊이 성찰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인 일동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해석을 반박하며 "이 영화는 이스라엘 정부와 영화 산업이 막대한 자본과 노력을 들여 자행하는 문화워싱의 일환으로 제작된 파렴치한 프로파간다 영화다. 지난해 이스라엘 가자 집단학살이 시작되고 약 한 달 후 가자지구 경계의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당시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 1만1000여 명을 학살한 상태였다. 홀로코스트 역사학자들은 이미 침공 첫 주에 이것이 집단학살이라는 규정하길 주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7일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시작한지 1년이 된다. 학살 1년이 되는 시점에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와 사람에 관하여'를 상영하는 것은 더욱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문화예술인 일동이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 반대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SNS]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문화예술인 일동이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 반대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SNS]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초청함으로써 이스라엘 집단학살에 침묵하고 감독의 궤변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명실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번 행보는 한국영화계의 무관심과 침묵에서 기인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방관하는 현 영화계의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비판했다.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3일, 5일, 10일 세 차례 상영된다. 3일과 5일은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3일 오후 8시 상영 후 진행 예정이었던 GV는 행사 직전 돌연 취소됐다. 문화예술인 일동은 상영에 앞서 관객에게 안대와 상영 규탄 유인물을 전달하고 상영 종료 후에는 스크린 앞에서 연설을 이어갔다.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SNS]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SNS]

그런가 하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첫 상영에서는 현장 운영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독단적인 결정으로 상영 직전 관객의 입장을 막는 운영 미숙 소동이 일어났다. 개막식 이튿날은 초청작 상영을 시작하는 날로, 영화제 최대 상영관인 하늘연극장에 많은 관객이 몰렸다. 하늘연극장 첫 상영작은 2024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브루노 뒤몽 감독의 '엠파이어'가 선정됐다.

이날 한 하늘연극장 봉사자는 "올해부터 백팩 착용자의 입장이 금지됐다"고 주장하며 상영 직전 일부 관객의 입장을 막았다. 두 개의 1층 객석 출입구 중 입장을 막은 출입구는 한 곳. 이에 10여 명의 관객이 제시간에 입장하지 못하고 15분간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늘연극장의 경우 좌석 앞뒤 간격 문제로 캐리어 등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백팩 착용자의 입장을 막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입장을 제지당한 50대 관객 A씨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녔지만 백팩 때문에 상영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은 처음 겪는다. 올해부터 금지라는 공지도 금시초문"이라고 토로했다.

백팩 입장 금지로 영화 관람을 하지 못한 30대 관객 B씨는 "명확한 출입 금지 기준도 없었다. 앞뒤로 서 있어도 앞에 있는 남성 관객의 군용 사이즈 백팩은 허용하고 뒤에 있는 여성의 일반 백팩은 금지하더라. 이를 항의하자 '눈에 보이는 대로 잡는다'는 말만 했다. 티켓 환불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나. 봉사자들의 횡포"라고 분노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맞이를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 [사진=연합뉴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맞이를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 [사진=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백팩 입장을 금지하는 공지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봉사자는 "큰 가방은 입장하지 못하게 하라는 공지가 있었다. 큰 가방의 기준이 모호해 일부 봉사자들이 '모든 백팩을 금지하자'는 합의를 봤던 것"이라고 피력했다. 피해를 본 관객에 대해서는 "공지 해석에 따랐을 뿐"이라며 "합의를 본 봉사자들이 눈에 보이는 관객 위주로 입장을 제지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도 백팩 착용자는 하늘연극장 입장이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매해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진행되는 부산 최대 시상식 부일영화상 역시 현장 운영 미숙으로 인해 취재진 집단 보이콧 사태가 발생했다. 부일영화상은 3일 오후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앞서 주최 측과 취재진이 사진, 영상 취재 자리 확보를 두고 20여 분 대화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취재진은 집단 보이콧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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