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브라질 출신 공격수 세징야(35·대구FC)는 ‘대구의 왕’으로 불린다. 2016년 대구가 K리그2에 머물던 시절 입단, 첫 시즌부터 승격을 이끌며 주목받았다. 이후 2018년 창단 첫 FA컵(코리아컵 전신) 우승, 2021년 K리그1 3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회 출전(2019·2021·2022년) 등 대구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개인 경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K리그 통산 264경기 102골 66도움으로 역대 6번째 K리그 60-60 클럽에 가입했다. 2016년부터 매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그러면서 2018년 K리그 도움왕, FA컵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4년 연속 K리그1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수년간 리그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올해도 세징야는 건재했다. K리그1 30경기 11골 8도움으로 득점 8위, 도움 3위, 공격포인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커리어 로우(23경기 8골 5도움)였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에이징 커브가 당연한 30대 중반에도 여전한 그를 두고 김현석 충남아산 감독은 “세징야는 어떻게든 골대에 집어넣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갖췄다”고 혀를 내둘렀다.
적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세징야는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024 2차전에서 선발 출전, 연장후반 시작을 앞두고 정재상과 교체 전까지 105분 동안 대구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전반 추가시간 1,2차전 합산 동점골 등 맹활약하며 대구의 3-1(합산 6-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세징야는 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날 무렵,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차전 멀티골에 이은 2경기 3골 맹활약. “늘 하던 대로 골을 넣으면 된다”고 당부한 박창현 대구 감독의 경기 전 바람을 현실로 이뤘다. 기세를 탄 대구는 에드가, 이찬동의 연속골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경기 후 수훈선수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징야는 부상을 안고 뛴 사실을 공개하면서 승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걸 강조했다. “아직 갈비뼈가 100% 회복되지는 않았다. 골절된 상태에서 경기를 뛰었다”며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경기였다. 오늘 경기장 안에서 동료들 모두 열정적이면서 투지 있게 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승강 PO 2경기에서 3골을 넣은 세징야는 올 시즌 K리그 최종 성적을 32경기 14골 8도움으로 마무리했다. K리그 100호골 고지를 밟는 등 개인적으로는 이룬 성과가 많은 한 해였다. 세징야 또한 “팀적으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골과 도움을 넣고 딸도 태어나 좋았던 한 해로 기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세징야는 오늘의 승리가 자신만의 공이 아닌 점을 강조했다. “많은 분이 세징야가 또 팀을 구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선수가 본인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값진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짚었다.
9시즌 동안 대구를 지탱한 세징야는 30대에 접어든 뒤 꾸준히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다. 세징야 의존도 줄이기는 수년간 대구의 지상과제이자 풀리지 않는 난제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창현 감독 또한 “세징야가 계속해 줄 수는 없고, 그에게만 의존하면 발전이 없을 것”이라며 다른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세징야 또한 의존도 문제에 동의했다. “이런 상태가 몇 년째 이어졌다. 나는 계속 나이를 먹고 있다”며 “올해는 대구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 내년에는 좀 더 좋은 축구를 하고 싶다. 보다 냉철하고 명확하게 계획을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징야는 이번달 31일을 끝으로 대구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박창현 감독은 재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세징야는 “구단과 대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재계약 과정을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경기 후 홈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세리머니를 같이 하는 등 팀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세징야는 “조광래 사장님부터 식당 아주머니, 팀 닥터, 코치진, 구단 직원, 모든 선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했다. 정말 어려운 시즌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기 때문에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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