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강두원 기자] 8일 브라질 월드컵로 향할 '홍명보호'의 태극전사 23명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고 이틀 후 10일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가 열렸다. 월드컵 방학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라운드 결전이었다.
이날 4경기가 열린 가운데 역시 가장 눈길을 끈 경기는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의 제철가 더비였다.
양 팀의 대결은 같은 모기업을 두고 있는 ‘제철가’ 더비로도 유명하지만 이날 경기는 더비보다 한 선수에 팬들과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다.
포항의 줄무늬 유니폼에 등번호 29번을 달고 상대 수비진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명주가 그 주인공이다.
이명주가 세간의 시선을 한 데 모은 이유는 소속팀을 K리그 클래식 선두로 이끌고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오는 6월 브라질로 향하는 홍명보호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주는 올 시즌 팀동료 김승대와 함께 포항의 ‘스틸타카 시즌2’를 이끌며 가공할 공격력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포항 '쇄국축구'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본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인 위치로 올라가 득점과 어시스트 능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포지션이 애매하다” “공격적인 능력을 발휘하기엔 대표팀에 겹치는 선수가 많다”며 그를 결국 외면했다. 올 시즌 그 누구보다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이명주이기에 최종 엔트리 탈락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명주는 대표팀 탈락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을 언급하며 소속팀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주는 이날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소속팀의 선두 유지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120% 펼쳤다. 1골 2도움으로.
전반 26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간결한 왼발슛으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고 후반 5분에는 코너킥으로, 49분에는 절묘한 침투패스로 각각 강수일의 추가골과 김승대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마치 대표팀 탈락에 대한 한을 푸는 듯 포항의 공격을 이끌며 전남의 수비진을 헤집었다. 1골 2도움 외에도 위협적인 중거리슛과 번뜩이는 패스를 여러 차례 보여주며 올 시즌 '가장 핫한 K리거'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명주는 이날 공격포인트를 추가하며 5골 9도움으로 K리그 10경기 최다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신기록이자 대기록을 작성했다.
마니치(인천·1997년 6골 5도움)·까보레(경남·2007년 7골 5도움)·에닝요(전북·2008년 8골 4도움)·이근호(상주·2013년 9골 4도움·당시 챌린지)가 보유했던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을 갈아치우며 K리그의 새로운 '공격 역사'를 쓴 것이다.
포항은 이명주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이명주가 살려 나가고 있다.
이명주는 1990년생으로 이제 갓 24세다. 브라질에 가지 못한다 해도 아직 앞길이 창창한 나이다. 지금의 실력과 컨디션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차후 어떤 대표팀 감독도 이명주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포항 응원석에 내걸린 플래카드 문구처럼 이명주는 '국가대표 그 이상의 남자'였다.
결코 해외파 태극전사에 뒤지지 않는 'K리그의 프라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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