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맨체스터를 대표하는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맨체스터 시티가 두 시즌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을 되찾으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따내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으로부터 ‘시끄러운 이웃’이라는 조롱을 들었던 맨시티는 '더블'을 달성하며 시끄럽게 환호했고 맨유는 최악의 추락으로 소리없이 신음해야 했다.
맨시티가 우승컵을 가져감에 따라 리버풀에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티븐 제라드는 2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다시 한 번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홈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7승5무6패(승점 86)를 기록한 맨시티는 이날 뉴캐슬에 2-1로 승리한 2위 리버풀을 승점 2점차로 제치고 두 시즌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우승을 확정짓자마자 팬들은 스탠드를 뛰쳐나와 그라운드를 점령, 선수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만끽하는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캐피털원컵을 차지했던 맨시티는 리그 우승까지 달성하며 더블에 성공했다. 1936~1937, 1967~1968, 2011~2012 시즌에 이은 통산 4번째 리그 우승이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맨시티였지만 초반부터 웨스트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세르히오 아게로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위협적인 슛을 날리며 골을 노렸다. 결국 전반 39분 첫 골이 나왔다. 야야 투레의 패스를 받은 사미르 나스리가 페널티지역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분좋게 전반을 마친 맨시티는 후반 4분 추가골까지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나스리가 올린 코너킥을 에딘 제코가 문전에 떨궜고 빈센트 콤파니가 대시하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귀중한 골이었다.
2골을 앞선 맨시티는 공격수인 제코를 빼고 미드필더인 페르난지뉴를 투입해 골문을 걸어잠궜다. 같은 시간 리버풀이 후반 연속골로 뉴캐슬에 역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우승컵을 드는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2년만에 우승을 되찾은 맨시티와는 달리 맨유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티켓 획득마저 실패했다. 사우트햄튼 원정경기에 나선 맨유는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19승7무12패(승점 64)를 기록, 토트넘에 이어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이었던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이후 특유의 승리 DNA를 잃으며 시즌 초반부터 고전했다. 시즌 도중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물러나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고사하고 리그 6위팀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출전마저 좌절되며 한 시즌만에 추락하고 말았다.
특히 맨시티와의 더비 경기에서 1-4, 0-3으로 완패하며 이웃의 우승 질주에 확실한 들러리가 됐다. 7위라는 성적표는 1989~1990 시즌 13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EPL이 출범한 1992~1993 시즌 이후 한 번도 3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던 맨유였기에 이번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실낱같은 우승 희망을 품고 경기에 나선 리버풀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리버풀은 안방 안필드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전반 20분 수비수 마틴 스크르텔의 자책골로 끌려갔지만 후반 18분과 20분에 다니엘 아게르와 다니엘 스터리지가 연이어 골망을 흔들며 2-1로 역전승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루이스 수아레즈가 31골로 득점왕, 제라드가 14도움으로 도움왕, 스터리지가 22골로 득점 2위를 기록하며 최강의 공격력을 뽐냈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웃지 못했다.
특히 캡틴 제라드는 최종전에서 두 골을 모두 배달하며 간절한 우승 열망을 보여줬지만 맨시티가 기적을 허락하지 않으며 또 다시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2001~2002, 2008~2009 시즌에 이은 개인 통산 세 번째 준우승이다.
리버풀은 지난달 13일 맨시티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우승 가능성을 한껏 드높였다. 하지만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지난달 27일 첼시전에서 제라드가 치명적인 수비실수로 선제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1998년 데뷔 후 첫 리그 우승을 목전에 뒀던 제라드 아쉬움이 더욱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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