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희찬 기자] 최고의 투수가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엇일까?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강속구야말로 투수의 진정한 무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정확한 제구력이 에이스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진루해 있는 주자까지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롤디스 채프먼(29·뉴욕 양키스)의 직구는 메이저리그(MLB)를 가장 빠른 속도로 관통한다. ESPN에 따르면,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시속 약 161km)이 넘는 1018개의 투구 중 채프먼의 공이 475개였다.
전체 투구 수의 47%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혼자서 기록한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투수들이 모인 MLB에서도 채프먼의 직구는 속도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때론 ‘느림의 미학’을 갖춘 바톨로 콜론(44·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같은 투구가 효과적일 때도 있다. 한 때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쌓았던 콜론은 지금도 직구를 가장 많이 구사하는 투수 중 하나지만 핵심은 속도가 아닌 제구력이다.
콜론의 직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를 파고들어 타자들을 공략한다. 속도 보다는 공의 로케이션에 초점을 맞춘다. 채프먼의 강속구와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콜론은 지난 시즌 MLB 전체에서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40%)을 기록한 투수로 노익장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직구가 있다면 변화구도 있다. 클레이튼 커쇼(29·LA 다저스)는 변화구의 명수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 중 가장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 기간 커쇼가 던진 슬라이더 중 45%의 공에 타자들이 헛스윙했다. 커브볼 역시 지난 다섯 시즌 동안 피타율 0.109에 그칠 만큼 '언터처블'이었다.
타자의 진루를 허용했다 해도 아웃카운트를 잡을 기회는 남아 있다. 신예 훌리오 유리아스(21·LA 다저스)의 전광석화같은 견제구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좌완인 유리아스는 ‘픽오프 플레이’로 불리는 견제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최고 수준이다. 1루 견제 시 스텝의 애매한 방향 때문에 보크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2016시즌 77이닝 동안 6번이나 견제사를 낚았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투수들은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진다. 그 공 속에는 승리를 향한 의지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개성이 꽉 들어차 있다. 2017시즌 MLB의 투수들이 선보일 공 하나하나에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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