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2015년 브룩스 레일리와 조시 린드블럼, 짐 아두치의 외인 3인방이 모두 맹활약을 펼쳤던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도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으로 웃음 짓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27)의 공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방망이보다 내야 수비에서 큰 보탬이 될 걸로 보고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
허나 뚜껑을 열어보니 번즈는 타격에도 제법 소질이 있었다. 16일까지 0.304(56타수 17안타)의 고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3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클러치 능력도 인정받고 있는 번즈다.
또 하나. 번즈는 보통의 외국인 선수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근성을 갖췄다. 자신이 호수비를 펼치거나 안타를 날리면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호한다. 반대로 조그마한 실수라도 저지르면 고함을 치며 자기 자신을 꾸짖는다.
15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이색적인 장면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가 5-4로 앞선 8회말 무사 2루에서 2루 땅볼을 치고도 크게 박수친 것. 비록 자신의 타율을 떨어지지만 팀이 1점을 내는 데 디딤돌을 놨기에 만족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번즈의 ‘박수 세리머니’를 본 롯데 팬들은 “토종이든 외인이든 이런 근성과 투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가진 선수를 보고 싶었다”며 크게 칭찬했다. 평소에 ‘팀 플레이’에 관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저런 동작을 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번즈의 성숙함을 높이 샀다.
그러나 번즈는 불과 하루 만에 ‘적극성의 이면’을 보여주고 말았다.
16일 사직 삼성전에서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번즈는 1회말 좌전 안타를 친 뒤 좌익수 실책 때 과감하게 2루까지 진루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번즈는 3번 손아섭의 타석 때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고 말았다. 손아섭이 좌타자라 포수가 3루로 송구하기 편하고 다음타자가 현재 리그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이대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번즈의 도루 시도가 무리수였다는 팬들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자신의 플레이에 크게 실망한 번즈는 이후 찬스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4회 무사 1루에서 4-6-3 병살타를 쳤고, 6회 1사 1루에선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8회 1사 2, 3루에선 3루수 뜬공으로 아웃돼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번즈가 그라운드에서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팀 사기를 높이는 데는 공헌하고 있지만 자칫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는 단점이 이 대목에서 나왔다.
이제 리그 10%를 소화한 시점에서 이런 점을 발견한 건 어쩌면 번즈 본인에게 공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서 감정을 컨트롤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대호, 최준석 등 야수조 고참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는 등 조언해준다면 번즈가 좀 더 냉정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의 적극성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번즈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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