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뛰지 말라는 엄중한(?) 주의도 소용이 없었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최재훈(28)의 허슬 본능은 말릴 수 없었다. 대박 트레이드를 성공시킨 한화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최재훈은 지난 5일 kt 위즈와 홈경기에 이적 후 처음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몸을 날리며 블로킹을 해내고 주루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목 부상에 허리 통증, 경미한 햄스트링 부상까지 안고 있다. 그럼에도 한화 입장에서는 최재훈이 없는 팀을 상상하기 어렵다.
최재훈은 지난달 17일 1대1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거포 유망주 신성현을 내주는 조건으로 최재훈을 끌어안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재훈 이적 전까지 5승 9패 승률 0.357에 머물던 한화는 이후 9승 9패로 승률을 5할로 맞췄다. 타격부터 수비까지 최재훈이 팀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한 최재훈은 타 팀에 가면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3년 연속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국가대표 주전 포수 양의지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역시나’였다. 팀을 옮기고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자 최재훈은 날아올랐다.
타율 0.347(49타수 17안타) 6타점. 홈런은 없지만 삼진(6개)보다 볼넷(6개)이 많을 정도로 수준급의 눈야구를 펼치고 있다. 출루율은 무려 0.439. 20타석 이상을 기록한 팀 내 타자들 중 ‘출루머신’ 김태균(0.494)에 이어 2위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김태균, 최형우(KIA 타이거즈, 0.462), 최정(SK 와이번스, 0.441)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클러치 능력까지 보이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0.364.
영리한 투수 리드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4월 중순까지 부진하던 한화의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안정감을 찾고 있다. 이들은 모두 최재훈의 영리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백전노장 배영수가 느끼기에도 놀라울 정도다. 배영수는 지난달 22일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통산 130번째 승리를 챙긴 뒤 주구장창 포크볼만 요구해서 의아했지만 결국 최재훈의 선택이 옳았음을 인정하며 박수를 보냈다.
여기에 또 하나. 최재훈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허슬 본능이다. 최재훈을 가장 널리 알린 경기는 2013년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 당시 최재훈은 9회초 투혼의 홈 블로킹으로 문선재와 이대형(kt 위즈)을 연달아 잡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당시 침착한 투수 리드와 블로킹 등으로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어내며 가을야구에서 양의지와 포수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최재훈의 이런 허슬 플레이는 한화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수원 kt전에서 박기혁의 번트 팝업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리다가 목 부상을 당했다. 또 타석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상대의 파울타구에 발등을 맞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경기 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며 타석에 나서면 언제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야구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최재훈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0.49로 양의지, 강민호(롯데 자이언츠), 이홍구(KIA 타이거즈) 다음으로 포수 부문 4위다. 아직까지 양의지, 강민호에 비하면 타석에 들어선 게 절반 수준이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뛰어난 투수 리드와 허슬 플레이. 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젊은 포수의 영입만으로도 기쁜데, 최재훈은 기대치 않았던 타격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한화 팬들이 최재훈을 볼 때마다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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