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노리는 공이 아니면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대응을 하고 본다.”
“마이너리그 13시즌을 치르면서 삼진 86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을 469개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리드오프 로저 버나디나(33‧네덜란드)를 보는 시각들이다. 나쁜 공에 공이 나간다는 ‘배드볼 히터’라는 이름을 붙이며 1번 타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 기대치에 못 미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버나디나를 향한 편견일 수 있다.
버나디나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마이너리그 1060경기에서 타율 0.270에 80홈런을 때려냈다. 타격은 타점이 일정하고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나디나는 이런 평가와 흡사하게 올 시즌 초반 성적을 내고 있다.
10일 광주 kt 위즈전만 봐도 버나디나가 아주 터무니없는 공에 배트를 내미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버나디나는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을 쳤는데, 이는 중계방송 화면 상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8회 4번째 타석에선 중견수 뜬공을 쳤는데, 이 역시 바깥쪽 윗부분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버나디나의 배트를 떠난 타구는 kt 중견수 이대형의 슬라이딩 캐치 때문에 안타가 되지 못했다. 적어도 이 두 장면만 보면 버나디나가 배드볼 히터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니디나가 배드볼 히터가 아니라는 점은 세부 기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버나디나의 출루율은 0.307로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들 중 52위다. 출루가 주 임무인 리드오프로서 능력이 조금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허나 버나디나는 선구안과 관련해서는 남부럽지 않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버나디나는 IZ-Swing(스트라이크 존 공에 배트가 나올 확률)이 전체 9위(73.4%)다. 상대적으로 컨택이 좋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반면 OZ-Swing(스트라이크 존 밖 공에 배트가 나올 확률)은 29%로 26위다. 1위 SK 와이번스 김동엽과 격차는 10.2%. 배트가 나올 확률은 49.1%로 리그 11위다.
또 IZ-Contact(스트라이크 존 공에 컨택할 성공률)가 89.3%로 33위, OZ-Contact(스트라이크 존 밖 공에 컨택할 성공률)가 58.8%로 50위에 그친다. 나쁜 공에 배트가 많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나디나의 올 시즌 볼넷/삼진 비율은 0.38로 공동 40위다. 선구안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버나디나가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에, 다른 부분에서 버나디나에 부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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