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반가운 이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왕년의 에이스 송승준(37·롯데 자이언츠), 배영수(36·한화 이글스). 이들 모두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송승준은 10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5안타 3볼넷을 내주고도 5개의 삼진 등으로 위기를 벗어나며 1실점 호투했다. 시즌 3승째. 선발로 보직 변경 후 3연승이다. 평균자책점은 3.16, 선발로만 따지면 0.93이다. 선발 체질임을 입증하고 있다.
송승준하면 따라붙는 단어는 꾸준함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산전수전을 겪은 송승준은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해 2008년부터 6년 동안 71승(48패)을 챙기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9년에는 3연속 완봉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웠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발탁되는 등 국내 대표 우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2014년부터 완연한 하락세를 그렸다. 특히 FA(자유계약선수)로 잔류한 지난해에는 부상이 잇따르며 롯데 입단 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시즌 후에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더 이상 그에게 꾸준한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어보였다.
그런 송승준이 최근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며 브룩스 레일리, 박세웅과 함께 선발진에 무게를 싣고 있다. 투수를 보는 시각이 남다른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칭찬할 정도.
속구 구속을 140㎞ 중반까지 끌어올린 것이 컸다. 여기에 포크볼까지 과거의 예리함을 되찾았다. 제구에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계산이 서는 투수로 자리 잡고 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베테랑답게 위기관리 능력도 뽐내고 있다. 송승준이 27명만이 기록한 100승 투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는 배영수가 있다. 통산 124승을 챙기며 삼성 라이온즈 시절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렸던 배영수는 2015년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뒤 팬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한화 입단 이전부터 이미 기량은 꺾이는 모양새였다. 2015년 4승 11패 평균자책점 7.04로 크게 부진했다. 시즌 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재활로 인해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돌아온 배영수는 달라졌다.
시범경기에서 8이닝 1실점으로 가능성을 키운 배영수는 첫 4차례 선발 등판에서 3승을 챙기며 평균자책점 2.95로 날아올랐다.
배영수의 부활 키워드는 ‘영리함’이었다. 구속은 전성기 때와 같이 빠르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선의 범타를 이끌어냈다. 4경기에서 사사구는 단 4개였다. 반면 탈삼진은 16개.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무기로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사용했고 잦은 투구 동작 변화로 타자들의 머리를 혼란케 만들었다. 그 결과 투구수도 줄어들었다.
지난달 21일 kt 위즈전에서는 개인 통산 130승을 달성하며 국내에서 6번째로 많은 승수를 챙긴 투수가 됐다. 이후 2경기에서 부진하며 3승 1패 평균자책점 3.99로 다소 성적이 떨어졌지만 최근 몇 년간과는 분명히 달라진 투구를 펼치고 있는 배영수다.
1군 복귀 후 단 3경기에 나서 13⅔이닝만 소화했지만 KIA 김진우(34)도 10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팀 마운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게 해줬다.
이처럼 베테랑 투수들의 연이은 활약에 야구팬들도 반가워하고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영리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왕년의 스타들의 반등이 프로야구의 또 다른 흥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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