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타선이 만들어낸 불을 끄기에는 비의 양이 너무 적었다. 양 팀이 계속되는 가랑비 속에서도 화끈한 타격전으로 명경기를 연출했다.
삼성과 두산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시즌 7번째 대결에서 4시간 50분 연장 10회 경기를 펼쳤다.
양 팀 도합 27안타, 볼넷 14개가 나왔고 투수 12명을 소모했다. 양 팀 감독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놓쳐서는 안 되는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삼성은 많은 것을 얻었지만 두산은 잃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남은 주중 시리즈 2경기로 관심이 옮겨질 수밖에 없다. 양 팀 모두 불펜 투수 5명씩을 소모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삼성은 장원삼(⅓이닝 1실점), 심창민(⅓이닝 2실점)이 8회말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임현준(⅔이닝), 김승현(1⅓이닝), 장필준(2⅓이닝)이 모두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게다가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남은 2경기에서 다소 여유 있게 투수진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타선에서 소득은 더욱 컸다. 부진했던 선수들이 타격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이승엽(4타점), 박해민(3타점)이 각각 3안타 경기를 펼치며 타선을 이끌었다.
더불어 원석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2군에서 콜업 돼 선발출전한 김정혁은 5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 타선에 힘을 보탤 기대주로 떠올랐다. 9회말 대수비로 나선 신예 김성윤이 보인 명품수비도 인상깊었다. 10회말 민병헌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들이 가능성을 보이며 야수진 활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1승 이상의 가치가 빛난 경기였다. 타선에서 집중력이 빛났다. 경기 전까지 팀 타율(0.260)과 득점권 타율(0.253)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던 타선은 놀라운 응집력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탈꼴찌를 노리는 삼성으로서는 반등의 계기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최근 상승세에 있는 두산을 상대로, 그것도 에이스 장원준의 호투에도 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상대전적 1승 1무 4패의 열세도 뒤집었다.
반가운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발 앤서니 레나도는 5이닝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5탈삼진 7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불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3번째 등판에서도 6회를 채우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구자욱의 침묵도 신경이 쓰였다. 구자욱은 5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다. 결과보다 내용이 좋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공에도 방망이는 계속 헛돌며 김한수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패한 두산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잃은 게 너무 많았다. 특히 불펜진의 난조가 뼈아팠다. 필승계투조가 하나 같이 무너졌다. 김승회(⅓이닝 2실점), 이현승(⅓이닝 4실점), 이용찬(1⅔이닝 2실점)이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수비에서 보인 집중력 부족도 아쉬웠다. 두산은 3루수 최주환과 1루수 오재일의 실책으로 인해 2점을 헌납했다. 돌이켜보면 1점이 소중했던 이날 경기에서 뼈아픈 장면이었다. 게다가 이 실책으로 인해 에이스 장원준의 선발승이 다시 한 번 날아가게 됐다. 장원준은 지난달 11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이후 3경기 연속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29승 24패 1무를 기록한 두산은 3연승을 달린 SK 와이번스(30승 25패 1무)와 승차가 사라지며 바짝 쫓기게 됐다. 상위권 도약과 중위권 추락의 경계에 머물던 두산은 한 주의 시작을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기는 것만큼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두산은 앞서가던 경기에서 필승 계투진의 난조로 역전을 허용했다. 타선이 분발하며 힘겹게 따라갔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맞고 결국 고개 숙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두산이 남은 2경기에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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