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정진호(29·두산 베어스)가 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기록한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는 프로야구 36년사 불멸의 기록 리스트에 포함됐다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누적' 말고 '조건'이란 측면에서 정진호 사이클링 히트와 비슷한 사례는 정경배(당시 삼성) 현 SK 와이번스 타격코치의 연타석 만루홈런(1997년 5월 4일 LG 트윈스전)이 있다. 연타석 홈런이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쳐도 두 타석 연속 만루 찬스가 한 타자에게 생긴다는 것 자체가 극히 드문 일이다.
정진호의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프로야구) 통산 23호다. 한 타자가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한 경기에 생산하는 광경을 그래도 두 시즌에 한 번 꼴로는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를 네 타석, 그것도 5회 만에 달성했다는 게 대단한 대목이다.
정진호처럼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수야 있다. 이는 이전에도 5명이 있었다. 그러나 사이클링 히트가 5이닝 내에 나오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동료 타자들도 단체로 미쳐(!) 자주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두산 타자들은 이날 5회까지 9점을 뽑았다. 정진호가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한 투런 홈런이 바로 결승타였다.
5회까지 타석이 네 번 돌아오는 것도 프로야구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당연히 상위 타순에 포진돼야 기록을 꿈꿔볼 수라도 있다.
정진호는 이날 박건우의 햄스트링 통증으로 인해 2번 타자 우익수로 스타팅 출격했다. 정진호 다음인 닉 에반스에서 두산의 5회 공격이 끝났으니 하위 타순에 배치됐다면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 기록은 없었다.
정진호의 사이클링 히트, 정경배의 연타석 만루홈런 같은 불멸의 기록으로는 백인천(당시 MBC) 선수 겸 감독이 프로 출범 원년 기록한 타율 0.412, 박철순(당시 OB)의 22연승(이상 1982년), 고(故) 장명부(당시 삼미)의 단일 시즌 최다승 30승(1983년), 고(故) 최동원(당시 롯데)의 한국시리즈 4승(1984년), 선동열(당시 해태)의 0점대 평균자책점 3회(1986, 1987, 1993년), 이승엽(삼성)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56개(2003년)과 통산 홈런(451개) 등이 있다.
김태균(한화)도 얼마 전 범접하기 힘든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8월 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부터 86경기 연속으로 1루를 밟았다. 이는 KBO리그 펠릭스 호세(63경기)는 물론 일본프로야구(NPB) 스즈키 이치로(69경기), 메이저리그(MLB) 테드 윌리엄스(84경기) 기록을 넘은 것으로 한 시즌(144경기)의 절반 이상을 빠짐없이 출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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