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없으면 그 빈자리가 비로소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하물며 팀의 주축으로 평가받던 선수가 없으면 어떨까.
스완지 시티는 기성용(25)의 공백을 톡톡히 경험했다. 그만큼 기성용의 난자리는 너무나 컸다. 스완지 시티는 기성용이 없을 때 3골을 내주면서 완패했다.
스완지 시티는 30일(한국시간)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에서 벌어진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아담 랄라나에게 2골을 허용한 끝에 1-4로 졌다. 스완지 시티는 이날 패배로 승점 28을 기록, 리버풀에 다득점에서 뒤진 9위로 정규리그 반환점을 돌았다.
이날 기성용은 선발이 아니었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18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번도 쉬지 않았고 모두 선발로만 나섰던 기성용이었다. 이 가운데 무려 17차례나 풀타임을 뛰었다. 기성용은 사실상 스완지 시티의 주축이고 '키(key)'였다.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박싱데이'인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차출로 체력을 안배해줄 필요가 있었다. 게리 몽크 감독도 기성용을 선발로 내기가 부담스러웠고 처음으로 벤치에 앉혔다. 교체 명단이었다.
스완지 시티는 기성용이 없는 것이 얼마나 큰 공백인지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기성용이 빠진 대신 선발로 나선 존조 셀비와 리온 브리튼은 기대 이하였다.
셀비는 공만 잡으면 긴 패스를 전달,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시켜가는 팀의 전술에 전혀 녹아들지 못했다. 셀비는 이날 무려 15개의 롱패스를 전달했다. 반면 브리튼은 오히려 질질 공을 끌면서 스완지 시티의 공격 속도를 늦췄다. 패스 마스터 기성용이 너무나 그리운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수비에서 안정도 떨어졌다. 기성용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시켜주는 플레이메이커로서도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치지만 올시즌은 안정적인 수비가 더 돋보인다. 포백 앞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위치선정 능력에 활동량까지 뛰어나 상대 공격수를 압박한다.
반면 셀비와 브리튼은 기성용보다 수비력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기성용이 없는 시간에 무더기 3골을 내줬다.
전반 33분 조던 헨더슨의 어시스트에 이은 알베르토 모레노의 왼발 슛에 골문을 열어준 스완지 시티는 후반 6분과 후반 16분에 랄라나의 연속 2골에 무너졌다. 특히 랄라나가 후반 16분 두번째 골을 넣었을 때는 셀비가 어슬렁거리며 수비에 적극 가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후반 7분 길피 지구르두손의 만회골로 1-2까지 쫓아가기도 했던 스완지 시티는 랄라나에게 골을 내주면서 1-3이 되자 서둘러 기성용을 투입했다. 몽크 감독이 수비 미드필더에서 답답함을 느껴 내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성용이라도 두 골차는 만회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셀비는 기성용이 투입된지 불과 2분만인 후반 24분 자책골까지 기록하며 무너졌다.
영국 스포츠전문 스카이스포츠는 경기가 끝난 뒤 셀비에게 5점을 매겼다. 그러나 팬들은 4.2점을 줘 셀비의 플레이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이에 비해 뒤늦게 교체 출전한 기성용은 6점을 받았다. 뛸 수 있는 시간이 25분 정도로 한정되었음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평가다.
또 축구 전문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은 셀비에게 5.90점의 박한 평가를 내렸다. 스완지 시티에서 가장 낮은 점수다. 이에 비해 기성용은 6.24점, 브리튼은 6.42점의 평가를 받았다. 기성용을 브리튼과 바꿀 것이 아니라 셀비와 바꿨어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몽크 감독이 기성용이 복귀할 때까지 브리튼과 셀비 조합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안컵이 끝나더라도 기성용이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기성용이 아시안컵의 빡빡한 일정 속에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을까도 고민이다.
아직 기성용의 소속팀 경기는 하나 더 남았다. 다음달 2일 퀸즈파크 레인저스와 경기까지 출전한다. 그러나 스완지 시티의 리버풀전은 기성용이 없는 1월이 얼마나 고민인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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