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조현우(27·대구FC)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 꼽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됐던 조현우를 바라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팀들의 시선이 뜨겁다고 전해지고 있다. 조현우가 유럽 무대를 누비는 ‘1호’ 한국인 수문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실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자신감도 넘친다. 지난 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현우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골키퍼도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병역 의무다. K리그1 상주 상무 입단 규정 상 제한 연령은 만 27세. 선수 생활과 병역 의무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후년까지 입대해야 한다. 조현우의 경우 내년 9월 25일까지로 입단 제한 조건이 따라 붙는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 당장 시즌이 시작될 유럽 리그에 진출해 단 한 시즌만 뛰는 것과 병역의 의무를 다 한 뒤 2년 뒤에 유럽에 진출하는 것이다. 다만 둘 모두 제약이 생긴다. 전자는 각 팀에서 원할 리가 없는 조건이고 후자의 경우에도 그 때까지 유럽 무대에서 원하는 기량이 유지된다는 가능성이 없다. 2년이 지나면 세계적인 무대에서 기량을 확인할 길도 없다.
현실적으로 조현우가 유럽으로 나가기 위해선 당장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는 8월 치러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면 병역 특례를 볼 수 있다. 1개월 가량의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되는 것.
문제는 조현우가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선발될 수 있을지 여부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발탁을 위해 와일드카드 3장 중 한 장을 쓸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김학범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나머지 2명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워 했었다.
통상적으로 와일드카드는 취약 포지션의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하곤 한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대표팀의 골키퍼 자리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리가 아니다. 강현무(23·포항 스틸러스)와 송범근(21·전북 현대)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 모두 뛰어난 선방을 연일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생겨났다.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과 함께 조현우와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할 의중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황의조의 경우 석현준(27·트루아) 등의 경쟁자가 존재하지만 조현우는 실력으로만 보면 이견이 달리지 않는다. 다만 과연 골키퍼 위치가 필요한 자리인지에 대한 논란만 있을 뿐.
그러나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과거 와일드카드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은 정성룡(23·가와사키 프론탈레)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故(고) 이광종 감독이 김승규(28·비셀 고베)를 선발한 적이 있다.
월드컵 흐름을 타고 조현우의 선발을 위해 김학범 감독을 압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조현우가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슈퍼 세이브를 펼치며 조별리그 3경기 동안 필드골을 단 한 골만 내줬다는 점은 김학범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조현우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우상인 다비드 데 헤아의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꼭 진출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나타낸 적이 있다. 축구 팬들은 벌써부터 조현우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상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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