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대졸 & 야수 강세.
2021 프로야구(KBO리그)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거행된 지명회의 결과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 간 크게 소외됐던 대학야구가 자존심을 세웠음을 알 수 있다.
KIA(기아) 타이거즈 1라운드 4순위 박건우(고려대), KT 위즈 1라운드 5순위 권동진(원광대)을 시작으로 대학이 3라운드까지 각 2명씩을 배출했다. KT는 2라운드 한차현(성균관대), KIA는 3라운드 이승재(강릉영동대) 등 대졸을 우선하는 게 눈에 띄었다.
갈수록 고졸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대학야구 입지가 줄어들던 터였다. 10구단 전부 KBO리그 규정상 1명 이상의 대졸선수를 지명해야 하는 규정으로 주로 중하위 라운드에서나 이름이 불렸던 최근 흐름이 깨진 것이다.
이날 ‘프로야구 선수’가 된 100명 중 대학선수는 19명이다. 지난해 18명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지만 질이 다르다. 3라운드까지 6명, 5라운드까지 9명이 나와 그 의미가 상당하다. 결과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대폭 줄어든 게 더 어린 고등학생들에겐 악재로 작용한 형국이다.
야수들의 가치도 상승했다. 1차 지명에서 안재석(서울고)이 두산 베어스, 정민규(부산고)가 한화 이글스로 빠진 가운데 KT 권동진, NC 다이노스 김주원(유신고), LG 트윈스 이영빈(세광고), 키움 히어로즈 김휘집(신일고) 등 야수 넷에 포수 SK 와이번스 조형우(광주일고)가 1라운더 영예를 안았다. 2라운드에서도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덕수고), 한화 송호정(서울고), SK 고명준(세광고) 등 내야수 셋이 포진했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최대어 김진욱(강릉고)을 품은 롯데는 2라운드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나승엽을 픽해 눈길을 끌었다. 지명권 하나를 날릴 수도 있는 도박이지만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성민규 단장이 나승엽 측과 만나 국내 잔류 설득과 계약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정후(키움), 박세혁(두산), 이성곤, 김동엽(이상 삼성), 강진성(NC), 유원상(KT)-유민상(KIA) 등 프로야구에 거세게 불고 있는 ‘야구인 2세’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이민호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의 아들이 이영빈이다. 김기태 전 LG‧KIA 감독의 아들 김건형(미국 보이시주립대)은 8라운드 75순위로 KT에 둥지를 틀었다. 박건우는 박노준 안양대 총장의 조카다.
그러나 2003년 이승엽과 홈런 레이스를 펼쳤던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은 고배를 들었다. 지난 9일 함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김건형과 희비가 엇갈렸다. 과거 시선을 모았던 하재훈(SK), 이대은(KT), 이학주(삼성) 같은 해외파 자원이 이번에는 없었다.
두산에 또 김동주(선린인터넷고)가 생긴 점은 흥미롭다. 역대 최고 3루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름이 같다. 박건우는 두산과 KIA에 한 명씩, 박민호는 SK와 LG에 한 명씩, 이주형은 LG와 키움에 한 명씩 있다. LG에는 김지용‧김대현이 둘 씩 있게 됐다. KIA에는 김선우가, NC에는 김진우가 있다. 동명이인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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