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2024~2025 KCC 프로농구(KBL)는 지난 15일부터 열하루간 A매치 휴식기를 가졌다. 이 시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승기(52) 전 감독을 대신해 김태술(40) tvN 해설위원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수건 폭행’ 사건이 부른 나비 효과다. 앞서 김승기 전 감독이 선수 폭행 논란에 휘말렸다. 10일 서울 SK 나이츠와의 원정 경기 때 라커룸에서 A 선수를 질책하다가 수건을 던진 게 문제가 됐다. A는 얼굴에 수건을 맞은 뒤 경기 후 팀에서 이탈,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사건 초기 소노 구단 측은 자체 조사 후 내부 징계를 검토했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으면서 21일 KBL에 재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결국 김승기 감독은 "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22일 자진 사퇴했다. 사령탑이 사라진 소노는 24일 ‘매직 키드’ 김태술 해설위원을 선임, 4년 계약을 발표했다. 1984년생인 김 감독은 현역 KBL 감독 중 최연소로 지휘봉을 잡았다.
김태술 감독이 이끄는 소노는 28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 프로미와의 KBL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78-88로 패했다. 이날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김태술 감독은 2021년 DB에서 은퇴한 뒤 3년 만에 친정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동아고등학교 5년 선배 김주성 DB 감독과 지략 대결을 펼쳤다.
경기 전 소노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감독 교체는 물론 팀 핵심 전력인 가드 이정현, 센터 앨런 윌리엄스(미국)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윌리엄스는 올 시즌 평균 19.2점(리그 5위) 12.9리바운드(리그 1위), 이정현은 평균 18.9점(리그 6위·토종 1위) 4.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한 경기에 40점을 합작했던 둘의 공백이 너무나 컸다.
예상과 달리 소노는 3쿼터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가드 이재도, 센터 디제이 번즈가 이정현, 윌리엄스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재도는 3점슛 6개를 성공하는 등 2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번즈는 20득점 10리바운드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다만 이재도와 번즈가 휴식을 취한 3쿼터 후반부터 조금씩 주도권을 내줘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태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재미있었다. 긴장하지도 않았다”며 “많은 분이 걱정, 우려하셨지만 부담감이 없어서 기분 좋게, 즐겁게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태술 감독은 좋은 과정을 보여준 선수들을 높게 평가했다. "사실 우리가 준비한 건 다 잘 됐다. 내가 원하는 농구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슛을 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실책(7-11 소노 우위)이 적었으며, 3점슛 성공률(40%·35개 중 14개 성공)이 높은 점을 칭찬했다.
‘초보 감독’ 김태술의 지도자 경력은 지난해 모교 연세대 농구부 코치로 잠깐 일한 게 전부. 프로팀은 물론 중, 고교나 대학팀에서도 선수단을 지휘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소노는 “초보 사령탑이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구단의 의지를 반영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젊고 유망한 지도자를 찾았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다. 그래도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김태술 감독은 경기 내내 미소를 잃지 않고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폭행 사건으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차·포를 떼고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DB와 대등하게 맞붙으며 다음을 기대케 했다.
김태술 감독은 25일 미디어에 공개한 첫 훈련에서 음악을 틀고 ‘수평 관계’를 강조하는 등 기존 KBL 지도자와 다른 방식의 소통을 예고했다. 이정현이 “농구하면서 감독님께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라며 놀라워할 만큼 파격적인 행보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매직 브레인'이 되길 원하는 김태술 감독의 다음 일정은 30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리는 창원 LG 세이커스전이다. 부임 후 첫 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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