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김연경 대각에) 들어가는 게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그 자리를 맡는 이유는 연경 언니가 전위에 빨리 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최선을 다해 로테이션을 빨리 돌리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데뷔 후 첫 단독 인터뷰.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21·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당차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경신했는데도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먼저 돌아봤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찾아주는 팬들이 많아졌다”며 성장을 다짐했다. 2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쳤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정윤주 조합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정윤주는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2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 개인 한 경기 최다 21점을 뽑았다.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28점)과 정윤주가 49점을 합작하면서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1(25-17 35-37 27-25 25-12)로 제압, 개막 후 9연승을 질주했다.
1위 흥국생명과 2위 현대건설의 중요한 경기에서 정윤주는 1세트부터 4세트까지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1세트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점을 기록했고, 이후 모든 세트에서 5점씩 추가해 20점 고지를 넘었다. 김연경이 후위로 빠진 상황에서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현대건설 공략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날 정윤주는 서브에 울고 웃으면서 경기를 좌우했다. 그는 2세트 35-36 수비 상황에서 현대건설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이 시통의 서브를 그대로 통과시켜 세트 스코어 1-1을 허용했다.
곧바로 다음 세트에서 실수를 만회했다. 정윤주는 25-25 공격 상황에서 코트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스파이크 서브로 세트 포인트를 가져왔다. 이후 김연경의 퀵오픈 공격으로 승부처였던 3세트를 가져온 흥국생명은 4세트를 여유롭게 풀면서 승점 3을 획득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나타난 정윤주는 “100% 만족하고 정말 최고였다는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 같다”며 “예전에 20점 기록했을 때보다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 더 성장할 일이 남은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윤주는 2,3세트 서브 허용과 득점을 되돌아보면서 실수를 만회한 데 의의를 뒀다. 그는 “(2세트 실수는) 평소 리시브가 약점이라 정면이 아니면 언니들이 많이 커버해 준다”며 “위파위의 서브가 휘는 것 같아 연경 언니를 불렀는데 내가 처리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3세트 서브로) 2세트 실수를 만회한 것 같다”며 “아주 중요한 점수라서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4년차에 접어든 정윤주는 시즌의 1/4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지난 두 시즌 합산 성적(22경기 13점)보다 더 높은 점수(9경기 82점)를 뽑아내고 있다. 팀 내에서 김연경(183점), 투트쿠 부르주(튀르키예·182점) 다음가는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2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부임 후 코트 밖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지만, 올 시즌 들어 스텝업에 성공했다.
정윤주는 “예전엔 잠깐 들어갈 땐 ‘여기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는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본단자 감독님의 신뢰가 느껴진다”며 “실수해도 다음 걸 생각하면서 뭘 잘못했는지 파악하고 안 하려고 한다.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정윤주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정윤주의 맹활약을 언급하자 그는 “경기 초반에는 안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아졌다”며 “항상 선수가 시작을 잘하고 마무리를 못 하는 것보다는 그 반대를 긍정적으로 본다. 오늘 정윤주가 그랬던 것 같다. 2세트 이후 경기력이 마음에 들었다”고 칭찬했다.
약점인 수비와 리시브에 대해서도 아본단자 감독은 정윤주가 점점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비와 리시브는 부족하다. 당연히 성장해야 한다”면서도 “리시브가 어느 날 갑자기 확 느는 건 아니라서 계속 성장하고, 훈련하고, 연습해야 한다. 좋고 나쁨이 있겠지만 경기를 통해 성장했으면 한다. 오늘 수비도 경기 중에 많이 늘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윤주는 “(아본단자 감독은) 칭찬을 잘 해주시고 당근과 채찍을 잘 주신다”고 평했다. 그 말처럼 아본단자 감독은 정윤주의 약점을 짚으면서도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면서 꾸준히 경기에 기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정윤주의 활약 속에 선두 흥국생명(9승·승점 26)은 2위 현대건설(7승 3패·승점 21)보다 1경기 덜 치르고도 승점 차를 벌렸다. 독주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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