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부천 하나은행 김정은(37),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 김단비(34)는 한국 여자농구 포워드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둘은 국가대표는 물론 2022~2023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우리은행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으며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2006년 WKBL에 데뷔한 김정은과 2년 뒤 프로에 뛰어든 김단비는 어느덧 현역 생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황혼기임에도 둘은 올 시즌 나란히 득점 부문에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김정은은 통산 득점 1위로 올라섰고, 김단비는 시즌 득점 1위에 도전하고 있다. 두 베테랑이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김정은은 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하나은행 2024~2025 WKBL 정규리그 홈경기서 대기록을 세웠다. 경기 시작 25초 만에 2점슛을 성공, 통산 8141점을 기록했다.
득점 직후 WKBL은 경기를 멈춘 뒤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신기록 탄생을 알려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김정은은 양 팀 벤치와 인사를 나눈 뒤 심판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날 8득점으로 통산 8147점을 쌓은 김정은은 정선민 전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8140점)을 제치고 역대 WKBL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2005년 12월 21일 삼성생명전 첫 득점 이후 19년 만에 밟은 전인미답의 고지다.
김정은은 2000점부터 8000점까지 1000점 단위 최연소 기록을 모두 빠짐없이 보유하고 있다. 통산 4차례(2010~2011·2011~2012·2013~2014·2014~2015) 득점왕으로 단일리그 기준 최다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WKBL 득점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경기 후 김정은은 “7000점에서 8000점으로 가는 구간이 가장 어려웠다”며 "워낙 부상 이슈가 많았다. 병원에서 더 못 뛴다고 해서 좌절한 적도 있다. 은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역경을 극복하고 대기록을 달성한 김정은은 "농구 때문에 정말 괴로웠지만, 나도 모르게 농구에 진심이고 사랑했던 것 같다"며 "프로라면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한다. 나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코트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누적 기록에서 김정은이 새 지평을 열었다면, 김단비는 30대 중반에 커리어하이를 앞두고 있다. WKBL은 2일 "2라운드 MVP 관련 언론사 투표 결과 김단비가 96표 중 76표를 받아 2라운드 MVP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김단비는 연달아 라운드 MVP를 차지할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개막전 직후 3경기 연속 30득점을 뽑아내 2001년 정선민 이후 23년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25일 삼성생명전에서는 역대 5번째 개인 통산 7000점을 달성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단비의 올 시즌 맹활약은 비시즌 우리은행의 전력 손실 영향이 컸던 터라 더욱 빛난다. 지난 시즌 우승팀 우리은행은 가드 박지현이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가드 박혜진, 포워드 최이샘, 나윤정은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했다. 주전급 4명이 순식간에 팀을 떠나 김단비 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에이스의 부담을 안고도 김단비는 2일까지 10경기 평균 37분 42초 23.7득점 10.4리바운드 4.2어시스트 2.3스틸 1.6블록을 기록 중이다. 득점, 스틸, 블록, 공헌도에서 리그 1위. 체력 변수만 잘 이겨내면 정규리그 MVP가 유력하다.
김단비의 활약으로 우리은행은 2라운드까지 7승 3패로 2위, 선두 부산 BNK 썸(8승 2패)을 1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김단비는 3일 개인 통산 8번째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기록하며 현시점 WKBL 으뜸별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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