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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악연' 유인촌-이기흥, 위기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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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악연' 유인촌-이기흥, 위기 동병상련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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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유인촌(7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은 질긴 악연으로 유명하다.

둘은 유인촌 장관이 두 번째 장관직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말 정부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발족 과정에서 체육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알력 다툼이 이어졌다. 유 장관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를 강조하고, 이기흥 회장은 IOC 위원직을 위협받으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2024 파리 올림픽을 전후로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회장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앞두고 유 장관을 비롯한 정부 측은 대한체육회를 직무 정지, 특별 감사 등으로 전방위 압박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굴하지 않고 지난달 1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연임 승인을 받아 3선 출마를 예고했다.

이기흥(왼쪽 두 번째) 회장과 유인촌(오른쪽 첫 번째) 장관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사진=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 제공]

1년 넘게 이어진 강대강 대치는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회장 모두 입지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사실상 레임덕(권력 누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회장은 IOC 위원 임기 연장 무산, 사법 리스크, ‘반 이기흥’ 단일화 움직임 등 갖가지 악재를 마주했다. 둘의 질긴 악연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후 이틀간 외부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4일 긴급 간담회에서는 국무의원 전원 사의 표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 기념행사 방문을 시작으로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유인촌 장관이 18일 문체부 정례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인촌 장관은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치안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의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말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유 장관은 8일 뒤 문체부 정례브리핑에서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워 다수당인 야당에 도움을 바란다고 호소한 것"이라며 "비상계엄을 두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인촌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폐쇄하고 학생들을 귀가 조치한 것과 관련해 '문체부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해명하며 진땀을 뺐다. 그러면서 줄곧 반대했던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해서는 선거 상황을 지켜본 뒤 추후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유인촌 장관은 “두 분이 모두 출마하더라도 선거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선거 국면이라서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다행히 이번에는 추대 형식이 아닌 여러 후보가 나왔다. 자체적으로 자정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문체부가 체육 정책 개혁 방안을 많이 준비했다. 선거 결과를 보고 새해 1월 중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이 지난달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기흥 회장은 3선 연임을 앞두고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IOC 위원 임기 연장 무산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대한체육회 공정위 연임 승인을 받을 때 ‘한국인 IOC 위원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3선 도전을 강행했다. 그러나 5일 발표된 IOC 집행위원회의 임기 연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명분이 힘을 잃었다.

갖은 사법 리스크도 이기흥 회장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공직복무점검단의 발표를 통해 자녀의 딸 친구가 진천선수촌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채용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특혜 논란, 마케팅 수익 물품 사적 사용, 제3자 뇌물 혐의 등도 제기됐다. 앞서 문체부가 검찰에 의뢰한 선수촌 '입찰 비리'도 수사 대상이다.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왼쪽부터), 안상수 전 인천시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가장 위협적인 건 ‘반 이기흥’ 연대의 단일화 움직임이다. 이기흥 회장은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절대 유리하다. 2300여 명의 체육인들로 꾸려진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회장을 제외하고도 7명의 후보가 난립했기 때문이다. 다자 구도라면 재임 기간 종목별 대표자와 지역 체육 관계자들의 편의를 봐준 이 회장의 ‘현직 프리미엄’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반 이기흥’ 연대가 결실을 보이면 흐름은 요동칠 수 있다. 지난 17일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4명은 긴급 회동을 갖고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확인했다.

4인은 합의 사항으로 ▲ 국민과 체육인들이 원하는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것 ▲ 후보 등록 하루 전인 23일까지 근소한 입장차를 해소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해 이야기할 것을 발표했다. 또한 이들은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과 접촉해 단일화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단일화가 성공하면 차기 체육회장 선거는 사자 구도로 재편된다. 이기흥 회장, 단일화 후보,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선거에 나선다. 이 경우 40%의 고정 지지층을 보유한 것으로 예상되는 이 회장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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