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2015년 가장 핫한 팀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화다.
지난 시즌 전체를 통틀어 49승을 올렸던 독수리 군단은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41승을 올렸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무려 29.5경기였지만 올해는 5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공동 2위 그룹인 NC, 두산, 넥센과 단 2경기 뿐. 3연전 결과에 따라 ‘4강’이 될 수도 있다.
아킬레스건이 없는 건 아니다. 불펜 자원의 과부하다. '필승조이자 추격조'인 권혁, 박정진, 윤규진이 남은 시즌도 이렇게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는 6회 7점차 리드임에도 ‘권정진’이 가동됐다.
그래서 김기현(26)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트리오의 부담을 더는, 승리의 징검다리를 놓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 한화팬이 기억하는 명장면, 그 중심에 김기현이 있다
# 장면 1. 지난 5월 14일 대구 삼성전 2회말. 당시 한화는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며 안영명을 이틀 만에 선발로 기용했다. 김기현은 위기에서 구자욱과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3이닝 1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1군 데뷔 40경기 만에 첫 승리를 챙겼다.
# 장면 2. 지난 3일 대전 NC전 5회초. 김기현은 무사 만루에서 나성범을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에릭 테임즈를 3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송창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한화는 승리를 거뒀다.
한화의 시즌을 지켜봐온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장면들이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김기현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제몫을 다했다. 선발이 조기강판되면 스윙맨으로 나섰고 좌타자를 막아야 할 때는 한두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두둑한 배짱을 갖춘 김기현은 정면승부로 짜릿한 장면을 연출했다.
권혁, 박정진, 윤규진은 나머지 9개 구단의 웬만한 선발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정대훈, 이동걸, 조영우, 구본범 등 종종 등판해 힘을 보탰던 추격조들은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김기현은 33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중이다. 한화의 핵심 불펜 자원이다.
◆ 실패 또 실패, 당당한 1군이 되기까지
김기현은 신일고 4번타자 출신이다. 지명을 받지 못해 전문대인 충청대에 입학했다가 원광대로 편입해 야구를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또 지명을 받지 못했다. 결국 2012년 창단한 NC에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창단팀 우선 지명권으로 젊고 우수한 자원을 대거 확보한 NC에서 김기현이 설 자리는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사회인 야구 코치를 하며 복귀 기회를 엿봤던 김기현은 1군 진입을 위해 무리하다 상해버렸던 어깨가 호전되며 자신감이 생겼다. 2013년 9월 한화 입단 테스트를 받고 합격한 후 지난해 김응용 감독 밑에서 24경기 23⅓이닝을 던지며 얼굴을 알렸다.
겨우내 김성근 감독의 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김기현은 한화의 당당한 불펜요원이 됐다. 비록 개막 엔트리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2군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4월 중순부터 1군과 동행하며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그마저 없었다면 ‘권정진’은 더욱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다.
김기현은 “캠프 때 죽도록 했다. 200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슬라이더도 좋아졌다”며 “상대 타자보다 내가 더 노력했기 때문에 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던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성근 감독 역시 박빙의 상황에서 김기현을 올리며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6년간 한화에서는 좀처럼 참신한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기현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쳐주는 선수들이 발굴된다면 5강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강한 팀은 김기현처럼 소리없이 강한 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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