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스포츠의 특정종목 편중 현상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되풀이됐다.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금메달이 기대됐던 이른바 '효자종목'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2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리우 올림픽에서 '10-10(금메달 10개 이상 획득-종합 순위 10위 이내 진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종합 순위 8위로 4회 연속 톱10 진입은 이어갔지만 금메달 9개로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로 종합 순위 9위에 올랐던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를 통해 13개씩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다시 12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엘리트 스포츠의 힘을 봤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 그 한계를 절감했다.
◆ 첫 천하통일한 양궁-국기 태권도 없었더라면 중위권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이 사상 처음으로 4개 전 종목 석권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이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양궁이었지만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전 종목 천하통일을 이룩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가져와 선수들이 모두 금메달 1개 이상을 목에 걸었다.
양궁이 1984년 LA 대회 이후 30년 넘게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투자의 결실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뒤 1997년까지 이끌었고 그 뒤를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이어받았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30년 넘게 양궁을 후원하고 지원하면서 저변 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첨단 장비 개발 등에 힘썼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는 경기가 열린 삼보드루무 경기장 근처에 리무진 버스와 컨테이너를 개조한 휴식처를 만들어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심양면으로 투자한 결과로 지금의 최강 한국 양궁이 있었다. 현대제철과 모비스 등 현대가 기업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든 것 역시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
태권도 역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 등 출전 5개 체급에서 모두 메달을 가져오며 런던 대회 당시 금메달 1개에 그쳤던 아쉬움을 풀었다. 사실 태권도가 기대했던 것은 남자가 2~3개의 금메달을 가져오고 여자가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따내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여자에서 모두 2개 금메달을 차지하고 남자에서 3개의 동메달을 수확, 정반대가 됐다. 그럼에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도와 레슬링, 배드민턴 등은 기대 이하였다. 세계랭킹 1위 선수가 4명이나 된다며 내심 금메달 2개 이상을 바라봤던 유도에서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에 그치며 '노골드' 수모를 당했고 내심 5개 체급에서 메달을 바라봤던 레슬링 역시 결승 진출 선수 1명 없이 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레슬링의 경우 애매한 판정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끝내 금메달을 가져오지 못했다.
아시아 2인자라고 자신했던 배드민턴에서는 노메달 위기를 맞았지만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가져옴으로써 망신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하지만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겨졌던 일본에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1개를 가져오며 추월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 특정선수에만 기대는 일부 종목…단체 구기종목 메달 행진도 끊겨
일부 종목은 아직까지도 특정 선수에만 기대는 경우가 많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가져왔던 체조 종목도 '도마의 신'으로 불리는 양학선이 빠지자 노메달에 그쳤고 리듬체조 종목 역시 손연재의 개인종합 4위 투혼 외엔 없었다. 사격 종목 역시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명중시킨 진종오가 아니었다면 노골드에 그쳤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스포츠가 세대교체에 있어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드민턴도 마찬가지다. 남자복식에서 이용대-유연성 조와 김기정-김사랑 조가 동시에 출전했지만 이용대-유연성 조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김기정-김사랑 조의 경기력은 세계 정상에 도전하기에는 아직까지 멀었음을 보여줬다. 특히 중국 조와 8강전에서 승기를 잡고도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면서 경험 부족을 절감해야만 했다.
단체 구기종목 역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여자배구 동메달) 이후 40년 만에 메달이 끊겼다. 남자축구는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골 결정력이 떨어지며 기회를 스스로 놓쳤고 여자배구도 김연경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대한배구협회의 부실 지원이 불거지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는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선전을 다짐했지만 각각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영원한 숙제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28개 종목, 41개 세부종목이 열렸지만 1개 이상의 메달을 가져온 종목은 9개에 그쳤고 금메달 1개 이상을 딴 종목 역시 5개에 불과했다. 일본이 적지 않은 투자로 금메달 12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21개를 가져오면서 모두 11개의 종목에 걸쳐 메달을 수확했다는 점을 비교할 때 다양성에서 떨어진다.
특히 일본은 육상과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에서 적지 않은 메달을 가져왔다. 수영과 체조에서는 금메달 2개씩을 획득했고 육상에서는 미국과 자메이카 등 일부 국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남자 400m 계주 은메달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종목에서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 한국이 리우데자네이루에 남긴 위대한 기록들
리우 올림픽에서는 한국이 남긴 위대한 기록도 있다. 양궁 종목이 열린 삼보드루무 경기장에서는 애국가만이 울려퍼졌다. 양궁 전 종목 석권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진종오는 남자 권총 종목에서 베이징 대회부터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사격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했다. 아테네 대회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진종오는 모두 4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따내 김수녕(금4, 은1, 동1)과 전이경(금4)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금메달 4개 이상을 따낸 선수가 됐다.
또 기보배는 비록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2연패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런던 대회 2관왕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함으로써 한국 양궁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빼놓을 수 없는 대기록은 역시 박인비의 여자골프 우승이다. 지난해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116년 만에 벌어진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면서 남녀를 통틀어 유일한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퍼가 됐다.
여자골퍼 가운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박인비와 카리 웹(호주) 등 2명이지만 웹이 40대의 노장이어서 올림픽에 출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당분간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은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 됐다.
윤진희도 8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와 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은메달을 따냈던 윤진희는 한 차례 은퇴했다가 다시 바벨을 잡아 동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함께 오혜리와 차동민 등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멋진 피날레를 만들어냈고 리듬체조의 손연재는 기대했던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후회없는 연기를 펼치며 동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개인종합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 한국 종목별 메달 획득 현황
종목 | 금 | 은 | 동 | 합계 |
양궁 | 4 | 0 | 1 | 5 |
태권도 | 2 | 0 | 3 | 5 |
사격 | 1 | 1 | 0 | 2 |
펜싱 | 1 | 0 | 1 | 2 |
골프 | 1 | 0 | 0 | 1 |
유도 | 0 | 2 | 1 | 3 |
배드민턴 | 0 | 0 | 1 | 1 |
레슬링 | 0 | 0 | 1 | 1 |
역도 | 0 | 0 | 1 | 1 |
합계 | 9 | 3 | 9 |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