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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퇴물배우의 고통스러운 정체성 찾기 여정 '버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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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퇴물배우의 고통스러운 정체성 찾기 여정 '버드맨'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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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부문(9개) 후보에 오른 ‘버드맨’은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블랙 코미디다. ‘21그램’ ‘비우티풀’ ‘바벨’ 등에서 다중 플롯 안에 환상과 현실 사이를 희비극으로 요리하던 연출기법은 이 작품에도 관통한다.

‘버드맨’에선 브로드웨이 연극무대를 배경으로 꿈과 현실, 실재와 허구, 비범과 평범, 야망과 욕망을 ‘멜팅 팟’에 쓸어 담는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면에선 단연 황금빛 오스카상을 차지하고도 남는다.

 

슈퍼히어로 시리즈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브로드웨이 연극 연출과 주연으로 재기를 꿈꾼다. 대중과 멀어진 데다 작품으로 인정받은 적 없는 배우에게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멀기만 할 뿐이다. 재기에 대한 부담과 자금 압박으로 허덕거리는 그에게 평단이 사랑하는 주연배우(에드워드 노튼)는 제멋대로이기 일쑤고, 마약과 일탈을 일삼던 딸(엠마 스톤)은 자신의 비서로 합류한 뒤에도 냉소적인 시선으로 신경을 자극한다. 프리뷰 기간 동안 무대는 각종 사건사고로 개막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불안감만 증폭한다. 여기에 연극계를 좌우하는 평론가의 악평이 예고되기까지 한다.

한 유명인사의 고통스럽고도 연약한 정체성 찾기 여정인 ‘버드맨’은 상업적 창작물인 슈퍼히어로 영화와 예술적 성취물인 연극을 대비시키며 대립길항하는 가치들의 의미, 이에 갇힌 인간군상을 예리하게 묘파한다. 강박에 시달리는 리건에게 들러붙어 끊임없이 비판하고 회유하는 무의식의 산물 버드맨의 기괴한 형상은 자아를 상실한 채 방황하는 현대인의 흔들리는 내면을 드러낸다.

 

영화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미로 같은 브로드웨이 극장의 백 스테이지와 무대를 매끄럽게 훑어낸다. 현실 속 소동극이 한 편의 연극과 같음을 웅변하는 듯하다. 영화 중간중간 파고드는 안토니오 산체스의 드럼 사운드와 클래식 선율, 팝송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Crazy' 등은 초현실과 현실을 오가는 영화 분위기에 윤기를 더한다.

퇴물 배우 리건 톰슨 역 마이클 키튼이 보여준 괴팍한 에너지와 분열적 정신세계 연기는 그의 배우인생에서 최고의 역연으로 꼽힐만 하다. 실재 ‘배트맨’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라 캐릭터에의 몰입감은 더하다. 조연인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왓츠, 엠마 스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상영시간 1시간59분 동안 관객은 시나리오, 연기, 촬영, 편집, 음악 등 모든 영화 요소들의 혁명을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에 앉은 듯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 3월5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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