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두영 기자] 새달 8일은 정월대보름, 즉 음력 1월 15일이다. 한 해에 보름달이 처음으로 뜨는 날이다.
이날은 전통적으로 오곡밥,나물, 귀밝이술,부럼 등을 먹고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놀이와 각종 민속행사를 벌이며 한해의 풍요와 건강을 빌었다.
수많은 대보름 세시풍속 중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은 달집에 불을 놓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안녕을 비는 행사다.
수 미터 높이의 조형물에 불이 붙으면 뻘건 불기둥과 연기가 솟아올라 큰 구경거리가 된다.
그런데 달집태우기가 시각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크다 보니 해마다 대보름만 되면 전국 곳곳에서 불놀이 판이 벌어져 환경오염과 인명피해 위험이 지적되고 있다.
보통 달집태우기는 소나무 등으로 원추형 프레임을 만들고 불에 잘 타는 재료를 더하고 소원을 비는 문구 따위를 매단다.
달집의 불쏘시개로 사용되는 물질 중에는 검불,비닐,심지어 온갖 쓰레기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불이 잘 타도록 휘발유 한두 통을 들이붓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보름에는 서울만 해도 남산한옥마을, 양천구 안양천, 송파구 서울놀이마당 등 곳곳에서 달집을 태운다. 그 외 인천,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펼쳐진다.
매년 이날 하루만 해도 수천 통의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오는 정월대보름에 경남지역만 해도 100여 곳에서 달집태우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지하고 각종 생활쓰레기도 태우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대보름 행사 중 일어난 폭발사고를 예로 들며 인명 피해와 산림훼손 우려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시 점화식 중 달집 내부의 인화물질이 폭발해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요즘 겨울 날씨를 대표하는 말 중 삼한사미가 있다. 3일은 춥고 3일은 미세먼지가 낀다는 말이다. 건조한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닥치면 국민 건강은 심히 위협받게 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혈관계질환, 피부노화, 골밀도약화,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의 요인이 되고 수명을 단축시키므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미세먼지가 암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만에 하나 건조한 날씨에 달집의 불티가 삼림으로 번진다면 큰 생태파괴까지 초래될 위험도 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비싼 화석연료를 오로지 구경거리 창출을 위해 대량으로 소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화석연료를 안 쓰고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으로 된 생활쓰레기를 함께 태우지 않고도 얼마든지 세시풍습과 전통을 이을 수는 있다.
올 정월대보름부터는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달집태우기가 실시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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